세계적 오랑우탄 서식지 탄중푸팅 일대 500㏊ 넘게 불길
늪지·악어·뱀에 진화 난항…대통령 "펌프 200대 보내겠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산불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이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테디 인드라 위자야 내각사무처장은 이날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현지 군사령관인 자이눌 아리핀 육군 소장은 회의에서 탄중푸팅 국립공원 주변의 가시거리가 500m까지 떨어져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물 투하 작전이 불가능해졌다고 보고했다. 중부 칼리만탄에서는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물 투하 헬기가 약 일주일 동안 운항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항공업체가 물 투하 작전을 수행하려면 약 5000m의 가시거리가 필요하다는 게 자이눌 소장의 설명이다. 산불 연무로 시야가 그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항공 진화에 차질이 빚어졌다.
탄중푸팅 국립공원과 인근 서코타와링인·세루얀 지역에서는 500㏊가 넘는 면적에 불길이 번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에 따르면 12일 현재 전국 6개 중점 지역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는 면적은 639.23㏊다. 누적 산불 피해 면적은 약 13만㏊에 달한다.
항공 진화가 어려워지면서 당국은 지상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테디 처장에 따르면 산불 진화에 6만여 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으며, 당국은 매일 새로 불탄 면적의 평균 80% 이상을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부 칼리만탄의 주도 팔랑카라야와 인접한 남부 칼리만탄의 반자르마신에서 항공기 운항에 제약이 생겼다.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한 기상조절 비행뿐 아니라 민간 항공편도 영향을 받았다.
산불로 발생한 연무는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까지 퍼졌다.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고 학교가 문을 닫는 등 주민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진화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12일 대책회의에서는 이들 국가의 지원 제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산불 피해 지역에 포함된 탄중푸팅 국립공원은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령 칼리만탄에 있는 대표적인 자연보호구역이다. 오랑우탄 서식지와 열대우림 관광지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재 지점이 넓게 흩어져 있고 지형 대부분이 늪지여서 진화대가 접근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진화 장비도 부족하다. 자이눌 소장은 기존에 공급된 이동식 펌프 일부가 이미 불을 끈 지역에서 잔불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추가 펌프는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워 자바섬에서 가져와야 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필요한 펌프 수를 묻자 자이눌 소장은 50대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에 프라보워 대통령은 "200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관정 굴착도 추진된다. 자이눌 소장은 지하 10~15m에서 물을 얻을 수 있고 관정 한 곳을 뚫는 데 약 1000만루피아가 든다고 보고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관정 200곳을 뚫는 데 필요한 20억루피아를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현지 주민을 굴착 작업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군용기를 물 투하 작전에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자이눌 소장은 군 조종사들이 과거 민간 항공기보다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비행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항공 인력의 운용을 조율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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