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AI였어?"…카페·음원차트 파고든 AI 음악 [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10/15 07:00:00 최종수정 2026/10/15 07:07:21

카페서 AI 음악 활용 확산

저작권 부담 덜 대안으로

멜론 TOP100 오른 AI 음악

일반인도 손쉽게 제작

AI 음악 저작권은 '불명확'

학습 데이터 보호도 과제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매장 음악을 멜론 노래 검색 기능으로 확인한 화면. 검색 결과 ‘검색된 곡이 없습니다. 공식 발매된 음원만 검색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2026.10.13.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진민아 인턴기자 = “이 노래가 AI였어요?”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 잔잔한 팝 음악이 매장 안을 채우고 있었다. 커피머신이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는 여느 카페에서 들을 법한 평범한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날 매장에서 재생되고 있던 곡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음악이었다.

성수동 일대 카페 10곳가량을 돌아다니며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의 노래 검색 기능으로 확인해봤다. 휴대전화를 스피커 쪽으로 들어 올리고 몇 초간 기다렸지만, 절반이 넘는 매장에서 ‘검색된 곡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일반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곡이 아닌,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나 AI 생성 음악을 재생했기 때문이다.

AI 음악이 흘러나오던 한 카페에서 작업하던 박모(24)씨는 해당 곡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듣고 "전혀 몰랐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매장에서 재생되던 곡은 단순한 연주곡이 아니었다. 가사와 보컬이 있는 일반적인 팝 음악으로,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까지 AI로 생성된 곡이었다.

박씨는 "일반 가수가 부른 노래랑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들리길래 AI 음악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AI 음악은 카페의 배경음악으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었다.

◆"저작권 부담 덜해서”…카페에서 쓰이는 AI 플레이리스트
이날 성수동 카페들을 돌아보니 AI 음악은 '신기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저작권 부담을 덜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쓰이고 있었다.

성수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1)씨는 평소 유튜브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는데, 확인해보니 그 안에도 AI로 만든 음악이 섞여 있었다. AI 음악만 따로 모은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김씨는 "카페 음악은 저작권에 민감해서 평소에도 조심하는 편"이라며 "AI 음악이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다면 앞으로 자주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AI 음악을 들어본 뒤에는 "일반 노래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고 가사도 이질감이 없어 신기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매장용 태블릿PC 화면에 AI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검색돼 있는 모습.2026.10.13.

저작권 부담을 덜고자 AI 음악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카페도 있다.

카페 운영자 40대 정모씨는 기존 팝송과 AI 음악을 번갈아 재생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사용할 음악을 고를 때 저작권 문제를 신경 쓰다 보니 AI 플레이리스트도 자연스럽게 선택지에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인근 카페들을 가봐도 AI 음악을 틀거나 기존 음악과 섞어 트는 곳이 꽤 있다”며 “점점 AI 음악을 찾는 곳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매장 음악을 전부 AI로 채우지는 않는다. 그는 "AI 음악은 비슷한 리듬이 반복돼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손님 취향도 고려해야 해서 기존 음악과 적절히 섞어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스피커 넘어 음원차트까지
카페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던 AI 음악은 이미 음원 차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작곡가 겸 아티스트 '머무르'의 곡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멜론 TOP100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얼핏 들으면 일반 가수가 부른 발라드 같지만, 생성형 음악 AI '수노(Suno)'를 활용해 만든 곡이다. AI가 멜로디와 보컬 등을 생성하고, 제작자가 원하는 분위기와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서울=뉴시스]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유튜브 영상 화면(왼쪽). 13일 오후 기준 조회 수 1000만회를 돌파했으며, 영상 제목 하단에는 AI 생성 콘텐츠임을 알리는 표시가 떠 있다. 해당 곡이 13일 오후 2시 기준 멜론 TOP100 3위에 오른 모습과 AI 활용 제작 방식을 설명한 앨범 소개(오른쪽). (사진출처: 유튜브·멜론 캡처) 2026.10.13.

멜론 공식 앨범 소개에 따르면 머무르는 곡의 기획과 전체적인 제작 방향을 맡았다. 머무르는 AI를 단순히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 활용하는 '현대적인 악기이자 상상을 현실로 옮겨주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AI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다른 가수의 곡과 나란히 음원 차트에서 소비되고 있다.

앞서 성수동 카페에서 만난 손님이 AI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듣는 사람에게는 '누가 불렀는지'보다 음악 자체가 자연스럽게 들리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듣고 싶은 노래는 직접 만든다"
AI는 이제 전문 제작자의 도구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이용자들도 직접 가사를 쓰고 원하는 분위기를 입력해, 노래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정승원(23)씨도 그중 한 명이다. 정씨는 자신이 원하는 가사와 분위기, 멜로디를 직접 정한 ‘맞춤형 음악’을 만들고 싶어 수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부터 음악을 직접 만들고 싶었는데 작곡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라 막연한 생각으로만 남아 있었다"며 "수노 AI가 그런 진입장벽을 낮춰줘서 도전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챗GPT와 대화하며 리듬감을 살린 가사를 만든 뒤, 수노에 원하는 장르와 분위기를 입력하자 여러 버전의 곡이 생성됐다. 정씨는 이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 친구들에게도 공유했다.

정씨는 "기존 노래를 찾아 듣는 것과 달리 원하는 내용과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며 “내 힘으로 하나의 곡을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남다르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챗GPT를 활용해 가사를 작성한 뒤 생성형 음악 AI ‘수노(Suno)’에 원하는 음악 분위기와 보컬 등을 입력해 직접 노래를 제작한 화면. AI는 입력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도 잘 버텼어’라는 곡을 생성했다. 2026.10.13.

대학 과제를 계기로 AI 음악 제작을 처음 경험한 이모(25)씨도 수노를 활용해 직접 곡을 만들었다.

이씨는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자연스러워 놀랐다"며 "반주만 놓고 보면 일반인이 AI로 만든 곡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아직 없다면 AI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직접 만들어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 듣던 데서 나아가, 이제는 원하는 음악을 직접 만들어 듣는 방식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직접 만든 AI 노래, 저작권은 누구에게?
누구나 몇 번의 입력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저작권 문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김경숙 상명대학교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지식재산권과 저작권은 모두 인간의 창작을 전제로 만들어진 권리”라며 “현재 AI 음악에 대해 저작권의 귀속 주체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가사나 분위기 등을 직접 입력하더라도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용자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온전히 인간의 창작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카페 업주들이 기대한 것처럼 AI 음악은 저작권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일반 음악의 공연권에 따른 사용료는 음악저작권협회가 관리하지만 AI 음악은 현재 관리 대상이 아니다"며 "AI 생성물을 매장에서 사용하는 행위를 직접 규제할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만든 음악의 저작권을 누구에게 인정할 것인지와, AI가 음악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작곡가나 작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AI 음악 생성에 활용된 학습 데이터의 원 창작자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AI가 기존 저작물을 어느 정도 학습했는지를 추적해 그에 따른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AI 음악 생성 플랫폼의 학습 데이터를 확인하고 원저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AI 생성물을 둘러싼 지식재산권과 저작권 분야의 법적 공백도 함께 해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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