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실낙원' 21일 개봉…"AI시대, 실존 고민 더욱 필요·중요"
"저예산영화, 날것 특성 좋아…영화계 위기? 다양성 마련돼야"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실낙원'은 연 감독의 어머니가 쓴 세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나쁜 아들을 품고 소멸시키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접한 그는 그 심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
연 감독은 "부모와 자식은 가까운 것 같지만 의외로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 저희 어머니도 저에 대해 잘 모르고, 저도 어머니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며 "어머니는 왜 이런 얘기를 쓰셨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얘기를 쓰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실낙원'은 아들을 잃은 엄마에 관한 영화다.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에게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9년 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소영은 아들을 잃은 뒤 AI안경을 통한 증강현실로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아들과 평화로운 삶을 산다. 이후 잃어버렸던 아들이 성인이 돼 돌아온다.
작품은 AI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다. 연 감독은 AI가 집단지성에서 도출된 보편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반면, 인간은 보편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고 봤다. 그는 "인간은 외려 특이한 면들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이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며 "AI 시대에 실존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생성형 AI를 영화 제작에 활용하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낙원' 본편 촬영 당시에는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후 세계관을 확장한 단편 작업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했다. 연 감독은 "본편을 촬영할 당시에는 영화에 쓸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수준)에 이르지 못 했다"며 "(앞으로는) 후반 작업과 시각효과 등과 결합하면 충분히 효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 감독은 저예산 영화 제작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얼굴'에 이어 '실낙원'을 선보인 그는 "매년 하고 싶다. 허락이 된다면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은 작업"이라며 "더 작은 규모로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예산 영화의 장점에 대해서는 "과거 독립영화들이 기동성 있게 촬영해 당대의 공기를 내보이는 시절이 있었다. 예전의 작품을 보면 그런 즉흥성이 되게 좋다. 영화산업이 고도화되면 그런 것들이 없어지는 면이 있는데, (저예산 영화는) 외려 날 것의 그런 (특성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연 감독은 영화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 감독은 "천만 영화가 나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통의 추억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일"이라면서도 "보편성만으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적 위기가 와도 생태계가 살아남으려면 다양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숏폼을 필두로 한 '압축된 영상'의 시대에 관객들이 결말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과정에서 감정을 발견하길 바랐다. 연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떤 관객에게든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다"며 "류소영의 선택을 놓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실존에 관한 얘기가 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낙원'은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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