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신원 도용하도록 돕는 역할
북한 정보 기술자 수천 명 취업 지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북한 정부가 원격 정보기술 일자리를 확보하도록 지원한 혐의를 받는 미국 내 광범위한 조력자 네트워크를 무력화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은 이 일자리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FBI는 이번 작전에서 텍사스주 전역에 있던 이른바 노트북 농장 40곳 이상을 해체하고 컴퓨터 장비 약 200대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북한이 강력한 국제 제재를 회피하고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 핵심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지금까지 벌인 작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법무부는 별도로 13일 오하이오주에서 미국 국적자 2명과 중국에 기반을 둔 북한인 10명을 기소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고용한 사실조차 모르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급여를 받기 위해 신원 도용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기 수법으로 70개 기업이 300만 달러 넘는 피해를 입었으며, 범행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추가 피고인 2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브렛 레더먼 FBI 사이버 부문 책임자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의 기업에 침투하기 위해 국가가 통제하는 정보기술 노동자 수천 명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일자리 하나하나가 미국인의 도용된 신원과 미국 고용주의 신뢰를 이용해 확보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더먼은 FBI가 미국에 기반을 둔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긴밀히 협력해 해당 네트워크를 찾아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들과 사이버 보안 분석가들은 북한의 정보기술 노동자 사기 수법이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지속적 디지털 위협 가운데 하나이며, 위험성이 여전히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왔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서 적대 세력 대응 작전을 총괄하는 애덤 마이어스는 북한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사기 수법이 “발생 빈도와 복잡성 모두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어스는 미국 내 노트북 농장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9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2건의 새로운 사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실제 규모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미 정보당국자들과 사이버보안 연구자들은 2년여 전부터 북한이 도용한 미국인의 신원과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해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지역의 기업에서 원격 정보기술 일자리를 얻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도용된 신원은 사회보장번호처럼 유출된 개인정보를 다크웹에서 확보하는 방식으로 얻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신생 기업부터 포춘 500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 사기 행각의 핵심 요소는 기업의 보안 조치를 우회해 허위 채용을 적발하지 못하도록 북한이 미국 내에서 모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수사관들은 밝혔다.
조력자들은 기업 인사팀이 보기에 정상적인 거주지처럼 보이는 주소에서 업무용 노트북을 받아 설치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돕는다.
그러면 북한 측 운영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해당 노트북에 원격으로 접속하고, 자신들을 고용한 기업에는 미국인인 것처럼 가장해 업무를 수행한다.
조력자들이 이 일에 끌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처럼 보이고, 적어도 처음에는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이어스는 “처음에는 어느 정도 이 일에 빠져들고, 그러다 점점 더 많은 일을 요구받는다. 그때쯤이면 이미 너무 깊이 관여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레더먼은 텍사스에서 진행된 일제 단속에서는 조력자들이 체포되지 않았지만, 당국이 이들에게 원격 사기를 계속 지원하면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레더먼은 노트북 농장이 북한인들에게 일종의 “소규모 데이터 센터”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조력자가 노트북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 대를 관리하면서 수십 개의 일자리를 채우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징역 8년 넘는 형을 선고받은 애리조나주의 한 여성은 북한인들이 미국 기업 300여 곳에 접속할 수 있도록 자택에서 노트북 수십 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았다.
레더먼은 사기범들이 북한의 개입을 더욱 감추기 위해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같은 지역의 하청업자들에게도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수사국은 13일 발표한 주의보에서 북한인들이 미국인과 다른 서방권 협력자들에게 돈을 주고 “신원과 위치를 감추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점점 더 많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작업에는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 면접이나 회의에 참여하는 일, 허위 신원을 확인받는 일, 소포를 발송하는 일, 심지어 소변 검사나 지문 제출까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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