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미사일·드론 공격에 방공망 허점…사우디, 실패 원인 조사
美 직접 개입 검토 속 걸프 안보 긴장 고조…이란은 중재 의사
AP통신은 12일(현지 시간) 사우디 지역 관리 2명을 인용해 사우디 당국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조기에 탐지하지 못한 원인과 방공 체계의 대응 실패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여러 대의 드론을 먼저 발사한 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리야드 공항을 공격했다.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은 1000㎞ 이상을 비행해 수도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 반군은 비행 중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과 첨단 무기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가 운용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 기존 방공 체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12일 리야드를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밤 수도에서는 최소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민방위 당국은 이후 위험이 해소됐다고 발표했다.
후티 반군은 리야드 공항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고 인정하면서 메카와 메디나 등 이슬람 성지의 공항을 제외한 사우디 내 모든 공항이 안전하지 않다고 국제 항공사들에 경고했다. 리야드 공항은 12일에도 폐쇄됐으며, 수도 금융지구의 직장인들에게는 재택근무 지침이 내려졌다.
이번 공격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항 공격 가운데 하나다. 사우디의 방공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 석유 에너지 회의에서 "최근 몇 주간의 사건들은 심각하다"며 "우리의 대응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심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 확대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사우디 주도 공세에 정보 공유와 표적 식별, 작전 계획 수립 등을 지원했지만 후티 반군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해 왔다.
사우디가 미국의 개입을 끌어내려는 배경에는 홍해와 페르시아만의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안보 우려가 있다.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할 경우 반군이 예멘 남부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선박 운항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주요 해상 통로다. 이곳에서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이미 불안해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수송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공항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뒤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 개입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란과의 전쟁으로 물가와 유가가 상승하면서 미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 측은 사우디가 예멘에 대한 공습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사바 통신에 따르면 예멘 보건부는 12일 북부 알자우프주에서 정부 청사와 주택을 겨냥한 공습으로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을 포함해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 관계자들은 사우디가 예멘 수도 사나에도 공습을 가해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예멘 외교부 대변인 아니스 알 아스바히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격으로 지난 9월 3일 이후 예멘인 107명이 사망하고 278명이 다쳤으며, 사상자의 6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피해 집계는 후티 반군 측이 제시한 주장으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는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 통치자들의 외교 고문인 안와르 가르가시는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이 걸프 아랍 국가들을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우리 모두가 표적이 되고 있으며, 우리의 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썼다.
이란은 사우디와 후티 반군 사이의 충돌을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라비아반도의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양측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이 전날 전화 통화로 상황을 논의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리야드 공항 공격으로 숨진 요르단인 마흐무드 알바르카위의 장례식이 12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렸다. 리야드의 카페에서 일하며 두 자녀를 둔 그는 공항 미사일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공격으로 요르단 시민 4명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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