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의사결정으로 경기 변동 설명한 홀·우드퍼드 수상
"따로 놀던 거시·미시 이어…중앙은행 정책 모형의 뿌리"
"한은 긴축·정부 확장 재정 조화롭지 않아…시장 소통도 중요"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을 토대로 경기 변동을 설명하고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당국에 경기 안정을 위한 현대적 정책 모형을 제공한 두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각국 중앙은행이 쓰는 정책 모형의 뿌리를 다진 연구로, 통화·재정정책의 조화와 시장과의 소통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수상이라는 평이다.
이들 수상을 계기로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죄는 통화정책과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엇갈리는 한국도 정책 조합과 시장 소통을 점검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온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로버트 홀(83) 스탠퍼드대 교수와 마이클 우드퍼드(71) 컬럼비아대 교수를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미시경제적 기초' 연구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홀 교수는 1978년 논문에서 가계가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를 현재 소비에 반영한다는 점을 밝혀 개인의 소비와 거시경제 흐름을 연결했다.
우드퍼드 교수는 가격과 임금이 즉각 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화했다.
◆"따로 놀던 거시·미시 이어…정책을 과학으로"
국내 경제학계에서는 따로 움직이던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을 잇고, 경제정책을 과학적 토대 위에 올려놓은 수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경제학은 거시와 미시가 따로 놀았는데, 홀 교수는 개인의 소비 함수가 거시경제 변수와 연결된다는 논리를 폈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이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 만큼 시장에만 맡길 수 없고, 정부가 안정화 정책을 잘해야 한다는 이론적 기반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거시경제와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인식의 지평과 방법론의 층위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경제주체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한다는 합리적 기대 같은 개념을 정책적 사고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학자들"이라고 평가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모두 염두에 두는 뉴케인지언(새 케인스주의) 모형의 핵심은 가격 경직성"이라며 "가격을 그때그때 바꿀 수 없어 생기는 왜곡을 통화정책으로 해결하면 경기 안정과 후생 향상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라고 부연했다.
◆"경기 역행 정책 안 돼…통화·재정 조합으로 봐야"
두 학자의 이론은 물가 안정과 경기 대응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한국 정책 당국에도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강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침체하면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전형적인 케인스식 안정화 정책의 기반을 만든 사람들"이라며 "경기 순환에 역행하는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를 짚었다.
그는 "우드퍼드 교수는 재정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많이 봤다"며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데 정부는 슈퍼 예산으로 팽창적으로 가고 있어, 두 정책이 조화롭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나 재정만 따로 볼 게 아니라 정책을 조합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금리 경로 소통이 정책 효과 높인다"
우드퍼드 교수의 대표 연구인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지침)'처럼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경로를 시장에 미리 알리고 소통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움직여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금리뿐 아니라 미래 금리에 대한 기대도 소비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다만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잦은 소통이 오히려 정책 결정을 늦추고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중앙은행 소통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부장은 "기준금리가 0% 근처에 묶여 추가 인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 금리 경로를 시장과 잘 소통하면 비교적 효과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야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고, 기대와 어긋나는 정책을 펴면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앙은행이 시장과 꾸준히 소통하며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번 수상자의 주장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경제학자마다 자신의 이론과 신념에 따라 중앙은행의 역할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워시 의장처럼 정책 당국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고용 연구한 홀, '통화정책 교과서' 쓴 우드퍼드
한편 1943년생인 홀 교수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8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소비와 고용, 경기 변동을 연구해 왔다. 2010년 미국경제학회장을 지냈다.
대표 업적인 1978년 논문에서는 가계가 이미 알고 있는 미래 소득 전망을 현재 소비에 반영하기 때문에 이후 소비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밝혀, 개인의 소비와 거시경제 흐름을 연결했다.
구직과 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들고 임금이 바로 조정되지 않는 상황을 반영해 경제 충격이 고용과 실업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1955년생인 우드퍼드 교수는 시카고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1983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시카고대·프린스턴대를 거쳐 2004년 컬럼비아대에 합류했다.
2003년 펴낸 대표 저서 '금리와 물가: 통화정책 이론의 기초'에서 가격과 임금이 즉각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화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중앙은행의 설명이 통화정책 효과를 어떻게 높이는지도 연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