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대행사 안일한 대응 동의"…전날 장애에도 부하 테스트 안 해
박지향 "청와대 개입 들었다"…교육부 "직장 내 괴롭힘 등 해임 사유"
[세종=뉴시스]용윤신 정예빈 기자 =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기 전날에도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회에서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 대행사의 안일한 대응과 공공 시스템 전환 필요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의 직무 정지·해임 추진을 둘러싸고 청와대 개입 의혹과 교육부의 반박이 맞섰다. 역사 관련 공공기관 통합 추진을 두고는 기관별 고유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입 원서접수 장애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 발생 전날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돌발 상황으로 보기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이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대행사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교협이 대행사에 장애 원인 분석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가 기술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유선과 메일을 통해 수차례 결과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교협이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직접 점검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대행사로부터 원인 분석 결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웨이어플라이의 시스템 관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윤석 대표는 6~7월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한 뒤 다른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접속이 집중되는 상황을 가정한 부하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교협의 장애 대응 모의훈련에도 대학 선택과 결제 등 대행사 자체 시스템에 대한 훈련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1일 수시 원서접수 마감 10분 전인 오후 5시50분부터 6시20분까지 유웨이어플라이에서 장애가 발생해 수험생들이 접수와 결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교협과 교육부는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7시로 연장했지만, 일부 대학이 당초 마감 시각 직후 경쟁률을 공개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장애 이후 접수된 구제 신청 1588건 가운데 414건이 구제 대상으로 인정됐고, 이 중 354명이 최종 접수를 마쳤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유웨이어플라이가 영업기밀과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교육부와 대교협의 자료 제출 요구에 충분히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 대표는 전체 로그 자료에 수험생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고 대학과의 계약 자료도 대학 동의 없이 제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강 의원은 국가가 서버 안정화 대책과 정보보안 현황조차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면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원서접수 시스템 운영체계 개편 방안으로 ▲공공기관 직접 운영 ▲공공기관이 시스템을 소유하고 민간에 운영 위탁 ▲민간 운영 체제를 유지하되 공공기관의 법적 관리·감독 권한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시스템 운영체계를 바꾸는 기준에 대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가장 잘 담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장 운영체계를 바꾸기보다는 정시모집 대비가 우선이라고 했다. 대교협은 교육부, 한국사학진흥재단과 특별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시모집에 대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접수번호를 통해 대학별 지원자 규모를 유추할 수 있는 문제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이 회장은 일부 대학에서 접수번호 난수화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정시모집부터 적용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스템 충돌 가능성 등 기술적 안정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감에서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직무 정지와 해임 추진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박 이사장은 청와대가 자신의 직무 정지와 해임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구체적인 주체를 묻자 박 이사장은 "소스를 밝힐 수 없지만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교육부의 해임 추진 배경에 이재명 대통령과 박 이사장 간 '환단고기' 논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에 관해 질문했고, 박 이사장은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박 의원이 환단고기 논쟁 때문에 직무 정지가 이뤄진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이사장은 "그렇게 해석들을 하시더라"며 "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청와대나 정을호 정무비서관으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해임 추진 사유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항 등을 들었다. 박 이사장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부인하며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재단이 울릉도·독도 답사비 2777만9500원과 수요포럼 비용 1238만1550원을 예산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이사장은 예산 집행이 적법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서울행정법원은 박 이사장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 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교육부가 해임 절차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등 역사·인문 분야 공공기관의 통합 추진도 거론됐다. 기관장들은 기관별 고유 기능과 전문성이 통합 과정에서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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