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내구재 4.9%↑…2009년 11월 이후 최대폭 상승
컴퓨터(27.4%)·태블릿(22.5%)·저장장치(45.9%) 급등
휴대전화(8.3%)도 상승세 본격화…500만원대 제품까지
D램 생산자물가 476.1%↑…물가 상승 압력 점차 커져
데이터센터에 로봇용 수요까지…"2030년까지 공급 부족"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저장장치,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칩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13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9월 내구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9%나 상승했다. 2009년 11월(5.0%) 이후 16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내구재 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까지 1%대에 그쳤지만 3월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IT기기 가격이 내구재 물가를 끌어올렸다.
컴퓨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4% 올랐고, 8월(23.7%)에 비해 상승폭도 3.7%포인트(p)나 커졌다.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태블릿)와 저장장치는 각각 22.5%와 45.9%씩 올랐다. 모두 최근 들어 가격이 급격히 오른 메모리 반도체를 핵심 부품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휴대전화기 가격 상승세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9월 휴대전화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해 8월(4.3%)에 비해 상승폭이 2배 가까이 커졌다.
하반기 들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급등한 부품 가격을 가격에 반영한 것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 Z폴드8 울트라의 경우 256GB 모델 가격이 257만7300만원으로 전작인 Z폴드7에 비해 20만원 가량 인상됐다. 1TB 모델의 경우 345만1800원으로 전작 대비 51만원 가량 가격이 높아졌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 18 프로의 경우 256GB 모델은 199만원, 1TB 모델은 259만원으로 전작인 아이폰 17 프로에 비해 20만원 가량 올랐다.
또 애플이 처음으로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의 경우 256GB 모델이 329만원, 1TB 모델은 419만원로 기존 최상위 모델인 아이폰 17 프로에 비해 150만원 이상 가격대가 높아졌다. 2TB 모델의 경우 509만원에 출시돼 애플이 지금까지 출시한 스마트폰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2.9%)은 농축수산물(-0.3%)에서 안정세를 보이며 2% 대로 내려왔지만, 내구재 가격은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구재와 석유류(14.8%)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9월 공업제품 가격은 4.2%나 뛰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월 물가에 반영된 '통신비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오히려 9월 들어 오른(2.7%→3.1%) 것으로 분석했다.
높아진 부품 가격은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9월 휴대전화기 수리비는 전년 동월 대비 4.2%, 컴퓨터수리비는 16.3%씩 상승했다. 올해 1월(휴대전화기 수리비 1.0%, 컴퓨터수리비 10.4%)에 비해 상승폭이 훨씬 커졌다.
반도체 가격은 이미 생산자 물가 단계부터 크게 올라 있어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D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76.1%나 상승했고, 플래시메모리 가격도 250.6%나 올랐다.
이에 따라 데스크탑PC(36.2%), 노트북(41.6%), 컴퓨터기억장치(325.1%), 휴대용전화기(5.9%) 등의 생산자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2027~2028년 메모리 수급 상황이 2026년보다 훨씬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공급과 수요가 언제 균형을 되찾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뿐만 아니라 로봇 등 피지컬 AI 생산용 D램 수요도 향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장 분석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 '브레인'용 D램 수요가 2026년 대비 20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품목별 수급·가격관리 강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가공식품 업계와의 소통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 수급 구조상 IT제품과 내구재 가격 상승세를 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내구재에 순차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반도체 가격 반영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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