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상원 탈환 가능성 부상…트럼프 '레임덕' 위기

기사등록 2026/10/12 15:55:37

민주당, 상원 장악 땐 트럼프 지명자 인준 저지 가능

공화당, 의회 주도권 상실 우려…대법관 인준도 뇌관으로

[워싱턴=AP/뉴시스] 2026년 10월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콜럼버스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10.09.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에 직면했다.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인사권과 입법 추진력이 크게 약화하고, 행정부를 겨냥한 조사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상원 탈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화당 내부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가능성에 대비해 왔지만, 상원까지 내줄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장관과 연방 판사 후보자의 인준을 저지할 수 있고, 소환권을 활용해 대통령과 가족, 행정부를 상대로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대법관 인준은 양당의 충돌이 집중될 수 있는 분야다. 2016년 당시 공화당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였던 미치 매코넬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메릭 갈랜드 대법관 후보자의 인준 절차를 차단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를 선례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루벤 갈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매코넬이 세운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상원을 탈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판사들을 대법원과 하급 법원에 임명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최근 민주당 후원자들에게 사법부 인사 지명을 저지하는 것이 상원 탈환의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년간 사법부를 재편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대법관뿐 아니라 장관과 연방 판사 후보자들의 인준도 막혀 정부 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인사 인준과 예산 처리가 모두 어려워지고 정부 셧다운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 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세금 인상과 사회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입법을 원하는 대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상원에서는 대부분의 법안 통과에 60표가 필요한 필리버스터 규정이 걸림돌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존 페터먼 상원의원과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필리버스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신 예산 조정 절차를 활용해 일부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절차는 특정 예산 관련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한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생활비 부담을 낮추고, 공화당이 삭감한 메디케이드와 식량 지원 예산을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법자로서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국민에게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 통제권을 되찾으면 민주당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협상을 통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상원 탈환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려면 최소 4석을 추가로 얻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한 주에서도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여러 공화당 의석을 놓고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선거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양당 간 대립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법무장관 후보자 인준을 지연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당시 공화당이 갈랜드 후보자의 인준을 막았던 사례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후보자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피터 웰치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자격을 갖추고 제도를 존중하는 인사를 지명한다면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뿐 아니라 미국 정치의 당파적 대립이 어느 수준까지 심화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하더라도 입법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인사 인준과 행정부 조사 권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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