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큰손은 Z세대…기성세대보다 두 배 넘게 썼다

기사등록 2026/10/12 14:23:01 최종수정 2026/10/12 15:24:24

아트바젤·UBS, 10개 시장 고액자산가 3100명 조사

Z세대 평균 구매액 34만7460달러…가족 영향·자산 이전 주목

AI·앱 활용 2년 새 4%→22%…소장품 공개는 꺼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스위스 아트바젤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Z세대가 떠올랐다. 고액자산가 컬렉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Z세대의 미술품 구매액이 다른 세대의 두 배를 넘었다.

부모 세대의 컬렉션을 물려받거나 가족의 영향을 받아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구매 전에는 직접 정보를 조사하고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한다. 비싼 작품을 사면서도 소장 사실을 공개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아트바젤과 UBS가 지난 8일 발표한 '2026 글로벌 컬렉팅 조사'에서 나타난 새로운 컬렉터의 모습이다.

이번 조사는 미술시장 경제학자 클레어 맥앤드루가 미국과 영국, 중국 본토, 홍콩, 프랑스, 호주, 독일, 일본, 브라질, 싱가포르 등 10개 시장의 고액자산가 컬렉터 3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26년 상반기까지의 구매 행태와 소장 동기 등을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Z세대 고액자산가 컬렉터의 2025년 순수미술 평균 구매액은 34만7460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9% 증가한 규모로, 조사 대상 다른 세대의 두 배 이상이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구매액은 12만4265달러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2026년 상반기에도 Z세대의 구매액은 다른 세대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을 유지했다. 이 기간 순수미술에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컬렉터의 비율은 Z세대에서 13%에 달했다. 전체 평균은 3%였다.

그렇다면 Z세대는 왜 미술품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쓸까.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가족의 영향'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가고시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영국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전체 컬렉터의 28%가 가족의 소장품이나 권유를 통해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Z세대에서는 이 비율이 40%에 달했다.

상속받은 작품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Z세대 응답자도 약 90%였다.

UBS 글로벌자산관리의 폴 도너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사 결과가 세대 간 대규모 자산 이전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부모 세대가 축적한 부와 컬렉션이 젊은 세대의 미술시장 진입 기반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가족의 영향과 자산 이전이 Z세대의 높은 구매액을 얼마나 설명하는지는 이번 조사에서 별도로 검증되지 않았다.

구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작품을 사기 전 스스로 상당한 수준의 조사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2%였다. 지난해 62%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Z세대에서는 이 비율이 80%까지 올라갔다.

정보를 얻는 통로에는 AI도 등장했다.

미술품 구매와 관련해 앱이나 AI 도구를 활용한다는 응답자는 22%로, 2024년 4%에서 크게 늘었다. 온라인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정보원을 활용하는 응답자는 58%였다.

컬렉터의 67%는 AI가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작품의 출처와 진위 확인, 가격 평가에도 AI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아트바젤 카타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정보를 많이 찾는다고 낯선 작가의 작품을 무조건 사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발견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는 응답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45%로 감소했다. Z세대에서는 56%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고 답해 다른 세대보다 새로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미술품을 소유하는 태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4%는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개하기를 원했다. 폭넓게 컬렉터로 인정받고 싶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아트바젤홍콩 2026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Z세대는 소장품 공개에 가장 신중한 세대로 나타났다. 39%가 작품의 실제 관람을 가족과 가까운 지인 등으로 제한했고, 42%는 온라인에서도 초대받은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컬렉션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기보다 제한된 관계 안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소장의 가치도 달랐다. 전체 응답자의 43%는 작품을 소유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희소성과 독창성을 꼽았다. Z세대에서는 이 비율이 48%로 높아졌다.

클레어 맥앤드루는 젊은 컬렉터들이 공개적인 과시보다 제한된 관계 안에서 작품을 공유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가격 자체보다 희소성, 출처, 독창성, 새로운 발견이 소장품의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방탄소년단 RM이 아트 바젤 인 바젤 2025에서 열린 특별 토크 세션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2025.06.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변화에도 전통적인 미술품에 대한 선호는 유지됐다. 컬렉터가 처음 구매한 작품 유형에서 회화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조각과 사진 등이 뒤를 이었다.

미술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8%가 향후 12개월 동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조사는 고액자산가 컬렉터에 한정된 결과다. Z세대 전체가 다른 세대보다 미술품을 많이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젊은 자산가들의 등장은 미술시장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뿐 아니라, 이들이 어떤 경로로 작품을 발견하고 무엇을 소장의 가치로 여기는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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