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선 요새화' 가속…NHK "개성 강변 대규모 발파공사 포착"

기사등록 2026/10/12 14:44:10 최종수정 2026/10/12 15:56:24

남북 경계 강변 따라 공사…한 달 전부터 시작

주민 "60여 년만에 처음"…전문가도 "이례적"

北, '적대적 두 국가' 선언 후 물리적 단절 가속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북한이 남북 경계 지역에 '요새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 측에서 대규모 폭파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NHK가 11일 보도했다.

NHK 취재팀은 지난 7일 북한 개성시 일대를 촬영한 결과, 강변에서 북한 측 인부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폭파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남한 북서부 강화도와 강을 사이에 두고 불과 약 1㎞ 떨어져 있다.

취재팀이 촬영한 영상에는 북한 측 강변에서 최대 50여 명이 모여 공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촬영을 시작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2시30분께에는 10차례가 넘는 폭발음이 잇따라 들렸고 공사 현장 곳곳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고 했다.

폭파가 이뤄진 곳은 바위산과 같은 지형으로, 화약 등을 이용해 암반을 폭파하고 공사를 진행하기 쉽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작업 현장에서는 북한 국기도 보였다. 국기가 철거되고 인부들이 사라진 지 몇 분 뒤 해당 장소에서 대규모 폭파가 잇따랐고, 폭파 후 10~15분 뒤에는 인부들이 다시 모여 공사를 재개했다. 이후 인근 다른 장소에서도 이런 작업이 반복됐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은 약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 남북 경계인 강을 따라 공사가 진행됐고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가 치솟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현지에 60년 넘게 거주한 한 남성(63)은 "폭파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점차 진행되는 것 같다. 거리가 가까워 엄청나게 큰 폭발음이 들린다"며 "60여 년간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NHK에 "이례적인 사례"라며 "의도적인 폭파로, 요새화를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량 통행과 대규모 보병 이동, 물자 수송이 가능한 도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발파와 정지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은 요새화 발표 이후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군용 도로 정비와 비무장지대(DMZ) 지뢰 매설을 진행하고 있고, 강과 해안 경계 지역에서도 철조망과 군용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들 군용 도로를 서로 연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한민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이후 물리적인 단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남북 분단선을 "국경선"으로 규정하고 남한과 연결되는 철도 등의 차단을 지시했다.  그해 6월에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지뢰 매설과 도로 보강 작업을 진행하고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같은 해 10월9일 한국과 접한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를 끊고 구조물을 설치해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군당국은 엿새 뒤인 10월15일 북한이 DMZ 내 2곳에서 남북 연결 도로의 북한 측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요새화 작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라는 주장을 관철하고 한반도의 물리적·정치적 단절을 실현하려는 것"이라며 "영원히 서로 다른 국가로 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우리 군 장병 3명은 군사분계선 인근 남한 측 DMZ 내에서 조사 활동을 하던 중 지뢰 폭발로 중경상을 입었다. 우리 군은 지뢰가 북한이 요새화를 명목으로 1년 이상 전에 매설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 정부는 이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은 관련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9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지뢰 폭발 사건을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도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한국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엄중한 도발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를 주권 침해 행위"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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