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들리는데 안 보인다'…시속 600㎞ 러 제트드론에 키이우 자원봉사 방공대 고전

기사등록 2026/10/12 13:00:00 최종수정 2026/10/12 13:06:45

고도 10㎞까지 올라 느린 표적용 조준장치·기관총 사거리 한계…요격률 50~60%

우크라 제트추진 요격드론 개발 경쟁…업체 “충분한 물량 생산까지 3~4개월”

[키이우=AP/뉴시스]이란이 저가 양산형 드론을 대규모로 발사해 고가의 미군 방공 무기체계를 소진시키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0월17일, 러시아가 발사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습하는 모습. 2026.03.0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가 시속 약 600㎞로 날고 고도 10㎞까지 오르는 제트추진 공격 드론 투입을 늘리면서 키이우를 지켜온 자원봉사 기관총 방공대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기존 기관총 방공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고속 요격드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키이우 최대 자원봉사 방공조직인 ‘므리야’의 거점들을 사흘 밤낮 동행 취재해 이같이 보도했다. 므리야 대원들은 고층건물 옥상이나 키이우 외곽 들판에 중기관총을 배치해 러시아 드론을 요격한다.

야간 통금이 시작된 지 몇 시간이 지난 뒤, 므리야 대원들이 기관총 2정을 세워둔 키이우 외곽 고층건물 옥상에 러시아 드론 한 대가 나타났다 예전 같으면 드론 특유의 소리를 듣자마자 기관총으로 달려갔지만 이제는 모니터에서 속도와 고도부터 확인한다.

이날 드론은 너무 높고 빨라 사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부대 지휘관인 호출명 ‘센세이’는 “너무 빨라 맞히기가 극도로 어렵다. 우리 무기로는 닿지 않는다”며 “소리는 들리는데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올여름 이후 투입을 늘린 제트추진 드론은 현장 대원들에 따르면 시속 약 600㎞로 비행하고 고도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기존 샤헤드 드론보다 훨씬 빠르고 높게 날아 자원봉사 방공대의 중기관총 사거리를 벗어날 수 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이들 신형 드론 요격률이 50~60%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뒤 무급 자원봉사자들을 도시 방공망의 한 축으로 활용해왔다. 이들은 옛 소련제 무기 등을 이용해 러시아가 2022년 말부터 대량 투입한 이란 설계 샤헤드 드론을 막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63세 참전용사 아르템은 “2023년과 2024년에는 무더기로 격추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좋을 때는 한 조가 하룻밤에 샤헤드 3~4대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부대가 지금까지 격추한 제트드론은 속도가 충분히 떨어져 기관총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1대뿐이었다. 아르템은 “무력감이 든다”고 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3월11일 우크라이나 제네럴 체리사의 한 직원이 러시아군의 공격 드론 파괴를 위해 설계된 대공 요격 드론을 시범 작동해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3월 한 달 간 요격 시스템을 사용, 다양한 유형의 러시아 드론 3만3000대 이상을 격추했으며, 이는 4년여 전 러시아와의 전쟁 시작 이후 월간 기록으로는 최고라고 미하일로 페도로프 국방부장관이 밝혔다. 2026.04.28.
아르템은 현재 사용하는 기관총 조준장치가 느린 표적에 맞춰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제트드론은 너무 빨라 사수가 조준경에 표시된 범위를 넘어 표적의 진행 방향 훨씬 앞을 겨냥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위협의 종류에 따라 여러 무기를 겹쳐 운용한다. 자원봉사 기관총팀과 요격드론은 주로 낮고 느리게 나는 샤헤드 계열을 맡고,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에는 미국산 패트리엇 같은 고성능 방공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제트드론의 주된 대응 수단은 F-16을 포함한 전투기지만 출격 비용이 많이 들고 조종사도 위험에 노출된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지상 공세 진전이 더딘 가운데 공습이 크게 강화됐다고 전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제트드론은 키이우의 드니프로강 교량을 반복적으로 타격해 주요 통행로 여러 곳에 제한이 내려졌다. 지난 7일에는 러시아가 수십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대규모로 공격하면서 키이우의 전력과 상수도 공급에도 다시 차질이 빚어졌다. 밤에 집중됐던 공격은 이제 낮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전선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대드론 그물망도 키이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습이 거센 날에는 일부 주민들이 지하철역에서 잠을 잔다.

변호사인 므리야 대원 올렉산드르는 “우리는 이중생활을 한다. 낮에는 서류를 처리하고 밤에는 드론을 격추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드론이 키이우에 접근할 때 기지에서 출동했지만 이제는 들판에서 몇 시간씩 대기한다. 올렉산드르는 “한 시간에 두세 대씩 들어온다”며 “어떤 날은 러시아에 드론이 끝없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므리야에는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인터폰 수리기사, 격투 코치, 디자인연구소 전 소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군은 미국산 브라우닝 M2와 옛 소련제 DShK 중기관총을 지급하지만 차량과 연료, 다른 장비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마련한다. 두 종류의 중기관총은 모두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설계됐다.

키이우의 대학 교수인 이반은 약 1년 반 전 자신의 집 안뜰에 샤헤드 드론이 떨어진 뒤 므리야에 합류했다. 그는 “드론 한 대를 놓치면 도시로 날아가 우리 가족을 죽일 수도 있다”며 “아이 둘이 있다. 키이우에 도착하기 전에 더 많이 파괴할수록 내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밤샘 근무가 아침까지 이어지면 이반 교수는 방공 진지에서 휴대전화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자포리자=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 제141 보병여단  방공부대 소속 군인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 기관총을 거치하고 있다. 2024.05.17.
기존 기관총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제트드론을 직접 쫓아가는 고속 요격드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디언 취재 당시 아르템이 펼쳐 보인 실시간 드론 상황도에는 시속 600㎞를 넘는 우크라이나 요격드론 2대가 표시됐다. 잠시 뒤 두 요격드론은 각각 러시아 드론 한 대를 격추한 뒤 화면에서 사라졌다.

드론 제조업체인 제네럴 체리 공동창업자 스타니슬라우 흐리신은 “제트추진 샤헤드에 허를 찔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흐리신 공동창업자는 가장 큰 걸림돌로 소형 제트엔진 부족을 꼽았다. 그는 러시아가 중국에서 이 엔진을 대량 조달하는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는 필요한 물량을 생산할 산업 기반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흐리신 공동창업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제트드론에 맞설 만큼 요격드론을 생산하려면 앞으로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수천 대의 새 요격기를 배치하더라도 확보한 우위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드론의 속도와 고도, 비행경로를 바꿔왔다. 흐리신 공동창업자는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놓고 끊임없이 벌이는 경쟁”이라며 “생사가 걸린 경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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