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이 되려 한다"…美 교회 강단으로 번진 AI 논쟁

기사등록 2026/10/12 09:58:28

50년 목회 목사 "전쟁·경제보다 AI 불안 더 커"…요한계시록 설교

복음주의협회·장로교·바티칸 잇단 개입…핵심 화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바티칸=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4일(현지 시간) 71번째 생일을 맞아 바티칸 도서관에 도착하며 환호하는 모습. 2026.09.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논쟁이 교회 강단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목회자는 AI를 성경의 종말론과 연결해 경고하고, 주요 기독교 단체들은 AI가 인간의 존엄성과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오렌지버그의 가스펠 라이트 침례교회에서 최근 열린 일요일 예배를 소개하며 이 같은 움직임을 전했다.

조지프 허친슨(74) 목사는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을 꺼내 들고 AI가 종말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설교했다. 허친슨 목사는 신도들에게 "AI가 신이 되려 한다"고 경고했다. 약 150명이 출석하는 이 교회에서 그는 최근 신도들로부터 AI에 관한 질문을 부쩍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약 50년 동안 설교해온 허친슨 목사는 AI에 대한 신도들의 불안이 전쟁이나 경제 문제에 대한 걱정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가져올 파국과 절망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이 목회자의 가르침과 성경의 예언이 옳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AI 문제에 대한 종교계의 대응은 개별 교회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복음주의협회(NAE)는 이달 초 AI에 관한 정책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장로교(PCUSA)는 지난 8월 AI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종교계가 기술 발전을 지켜보는 데서 나아가 AI의 개발과 활용 방향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가톨릭교회도 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5월 AI 시대의 인간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회칙을 발표했다. 교황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인용해 기술의 힘을 과신하는 인간의 태도를 경계했다.

바벨탑은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절대화하고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오만을 상징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AI 개발 과정에서도 기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다른 사람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터데임대 철학과 메건 설리번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이 의존하는 제도에 불안을 느끼면 자신과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할 통로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회는 사람들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이러한 움직임이 AI 기업들에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은 이미 데이터센터 건설과 감시 기술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AI가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에 대한 종교적·윤리적 질문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AI는 질병 치료와 과학적 발견에 기여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반면 통제를 벗어난 AI가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하거나 일자리를 없애고 인간 노동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술이 가져올 혜택과 위험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이다.

종교계의 문제의식은 AI 개발자들이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이 새로운 지능을 창조하고, 그 지능이 독자적인 의식을 갖거나 창조자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논의가 대표적이다. 일부 기독교인에게 이러한 발상은 창조의 권한과 인간의 한계를 둘러싼 신학적 믿음에 어긋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AI가 실제로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기술업계와 종교계의 견해 차이도 드러난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이 바티칸 측에 AI가 의식을 가질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에 AI 모델에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거나 인간이 스스로 판단할 권한을 AI에 넘기는 데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올트먼 CEO는 이러한 태도가 실제 AI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복음주의협회의 월터 김 회장은 종교계가 AI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단순히 일자리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넘어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친슨 목사의 설교에서는 이런 불안이 일상적인 기술과 맞닿는 장면도 나왔다. 설교 도중 그의 아이폰에서 음성비서 시리가 갑자기 소리를 냈다. 허친슨 목사는 AI를 활용한 감시 기술이 요한계시록에서 묘사하는 종말의 상황에서 어떻게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신도들에게 설명했다.

그렇다고 허친슨 목사가 AI 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AI가 질병 치료에서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이 개발 속도를 늦추다가 중국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AI라는 강력한 기술이 잘못 사용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AP/뉴시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간 중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6.09.24.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