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글로벌 보건위협 평가…AI 악용·핵전쟁은 인류 멸종 가능성까지 제기
발생 가능성 낮지만 피해 극단적…기후변화·원조 축소 등도 주요 위협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의학 학술지 란셋이 구성한 국제 전문가위원회는 2100년까지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17개 위협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위원회는 AI의 악의적 이용과 핵전쟁을 인류 멸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으로 분류했다. 두 위험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실화하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을 만큼 피해 규모가 크다는 판단이다.
핵전쟁은 폭발과 화재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입자가 대기 상층부로 퍼져 햇빛을 차단하고, 전 세계적인 식량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AI와 관련해서는 사람이 AI를 악용해 치명적인 생물무기를 개발하는 경우를 멸종 위험의 주요 경로로 제시했다. 보고서와 함께 발표된 란셋 사설은 이 같은 위험이 현실화하면 인류에 종말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각 위험이 인류 건강에 미칠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 '장애보정생존년수(DALY)'라는 지표를 사용했다. 질병·장애·조기사망으로 잃는 건강한 삶의 기간을 합산한 것으로, 현재 추세를 바탕으로 각 위험이 초래할 손실을 모델링했다.
누적 건강수명 손실이 10억년을 넘을 수 있는 주요 재앙적 위협에는 대기오염과 항균제 내성, 아동 영양실조, 기후변화, 재래식 무력충돌 등이 포함됐다. 국제 보건원조 감소와 고혈압, 소득 불평등, 감염병 대유행, 비만, 정신건강 악화, 흡연 등도 주요 위협으로 꼽혔다.
위원회는 피해 규모뿐 아니라 정책 변화나 투자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응책이 존재하는지도 위협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머리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소장은 "오늘 지도자들이 내리는 결정이 다음 세대의 건강과 복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고소득 지역에서는 비만과 정신건강 문제 등 비감염성 질환이 주요 위협인 반면, 저소득 지역에서는 낮은 교육 수준 등이 건강 손실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국제 보건원조 축소도 저소득 지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으로 지목됐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원조국은 지난 1년 동안 해외 원조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국제 보건원조가 사실상 붕괴하거나 크게 감소하면 2100년까지 최대 15억년의 건강수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체 손실의 약 70%는 아동 영양실조 부담도 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위원회는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는 이날 독일 베를린 세계보건정상회의에서 공유되며, 위원회는 새로운 자료와 신종 위험을 반영해 17개 위협에 대한 평가를 매년 갱신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각 위험이 실제 위기로 번지기 전에 기술 혁신에 투자하고 보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머리 공동위원장은 "처음에는 분쟁과 기후변화,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세 가지 큰 위협을 생각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대비해야 할 위험은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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