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출신…어린 시절 인종차별, 불법 고문 등 관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지명에 유엔인권최고대표 재직
북한 인권 문제 제기…현재 미얀마 집단학살 혐의 심리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2026년 노벨평화상 영예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navanethem navi pillay·85)에게 돌아간 가운데 그의 이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는 넬슨 만델라 등을 변호하거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을 자행했다고 규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저명한 국제법 전문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필레이가 평화와 국제법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며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이들을 변호했던 초기 활동부터, 우리 시대의 주요 국제 재판에서 판사로 활동한 경력까지 그의 삶에는 일관된 주제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필레이는 1941년 남아공 더반의 한 인도 타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버스 운전사였고 어머니는 인종차별정책으로 교육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레이는 지난 2023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피부색 때문에 쓰레기처럼 취급받았다"며 "나중에 법학 학위를 취득했음에도 차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차별에 굴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의 어떤 백인 로펌도 인도계 여성을 고용하려 하지 않자, 1967년 개인 법률 사무소를 열고 반(反) 아파르트헤이트 운동가들을 변호해 왔다.
인종차별 정책이 종식된 이후 만델라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남아공 최초의 비백인 여성 고등법원 판사로 활동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권이 자행하는 고문, 불법적인 심문 방식, 가혹한 독방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필레이가 국제형법(international criminal law)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소장 경력으로 평가된다. 1998년 집단 강간, 성폭력이 집단 학살 행위에 해당한다는 획기적인 판결문을 공동 집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8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지명을 받아 2014년까지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로 재직했다. 2013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내 고문, 강제노동 등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치·가동에 기여했다.
2021년~2025년까지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COI)를 이끌었다.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말살하려는 구체적인 의도를 가지고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는 감비아가 제소한 미얀마의 집단 학살 혐의 사건을 담당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특별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FT는 "이번 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게 일종의 경고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불안해지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법치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노벨위원회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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