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희 춘천시립하나어린이집 원장 인터뷰
올해 30주년…8월에 이전하며 새롭게 출발
만 3~12세 이하 33명 재원…보육·치료 동시
"교사·아동 비율 1대2 개선·인건비 보장돼야"
올해 30주년을 맞은 강원도 최초의 장애아전문어린이집인 '하나어린이집'의 차선희 원장은 장애 아동과 부모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그는 "부모님들은 처음 아이의 장애를 진단받고 치료, 교육, 돌봄, 복지서비스 등 여러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서 막막해한다"며 "장애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가 있어도 그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고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매일 만나는 어린이집은 부모님이 미처 말하지 못한 어려움을 발견하고 필요한 기관이나 서비스를 안내할 수 있어요. 장애전담어린이집이 아이와 가족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갈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996년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3층을 리모델링해 자리했던 하나어린이집은 지난 8월 춘천시 지원 속에 단독 건물로 이전했다. 춘천시립하나어린이집으로 새롭게 출발하며 마련된 보금자리는 접근성과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차 원장은 "이전에는 3층에 있어 등하원할 때나 놀이터에 가려면 긴 경사로를 오르내려야 했지만, 지금은 현관을 열면 곧바로 놀이터라 아이들이 너무 신나한다"며 "개별 치료실 2곳도 갖춰 치료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애아전문어린이집에는 장애 등록이 된 아동만 입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발달지연 소견으로 전문의 진단을 받거나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아동도 보육료 지원을 받아 입소할 수 있다. 현재 33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는 하나어린이집은 만 3~5세 누리장애아반과 만 5세 이상 취학 전 아동으로 구성된 장애아반, 만 12세 이하 취학 아동을 위한 장애아방과후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치료사들도 상주하며 치료 공백을 줄이고 있다. 차 원장은 "치료사가 교실 내 영유아의 놀이, 식사, 이동 및 또래와의 관계 등을 직접 관찰해 개별치료실에서는 알기 어려운 실제 생활 속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다"며 "담임교사와 수시로 정보를 공유해 일관성 있는 교육으로 아동의 전반적 발달을 도모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다. 현재 기준은 교사 1명당 아동 3명이지만, 장애아동 특성과 개별 보육 필요성을 고려해 교사 1명당 아동 2명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도 이 같은 비율 조정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장애 아동을 돌보기엔 큰 어려움이 있어요. 장애 아동은 최대 만 12세까지 어린이집 이용이 가능한데 체격이 커지면 개별적인 지원 욕구도 커지죠. 뇌병변 중증 아동은 교사의 신체적 도움이 필요한데 홀로 안전하게 관리하며 다른 장애 아동을 동시에 돌보기가 어려워요. 자해 등 도전적 행동이나 이탈 행동을 하는 장애 아동도 교사 돌봄에 상당한 신체적·정서적 부담이 있죠."
일정 수의 장애 아동을 확보해야 인건비를 지원받는 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의 인건비 지원율은 80%로 20%를 원 자체 운영비에서 충당해야 한다. 차 원장은 "농어촌이나 중·소도시 지역은 인구 수 자체가 적고 상대적으로 장애아동 수도 적어 최소 인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장, 특수교사, 장애영유아교사, 치료사 등의 기본 인건비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영유아는 그 특성에 따라 보조교사 등 인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애아동의 보육·교육의 기회 자체가 제한될 수 있어요. 이용 중인 장애 아동 수가 감소한다면 일정 기간 최소 운영비를 보장하는 기본 운영비 제도가 도입돼야 해요. 운영이 어려워져 발생할 수 있는 장애아동의 보육 공백을 줄여야 하죠."
또 특수교사, 치료사, 간호사 등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처우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위루관·석션 등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장애 아동들은 간호 인력 부재로 인해 보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특수교사 및 치료사도 보육교사 인건비 기준과 같아요. 전문 인력에 맞는 급여기준과 수당을 만들어 장기 근속을 장려해 장애 아동의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해야 하죠. 전문 간호 인력도 지역별 인건비 차이 및 처우 문제로 안정적인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요. 장애아동의 보육 현장에 맞는 인건비 지원과 인력 지원이 절실하죠."
장애아동을 위한 기관 간의 연결도 강조했다. 복지 정책과 지원제도가 실제 가정에 '내가 받을 수 있는 도움'으로 이해되고 연결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과 복지관, 치료·행정·의료기관 등이 정보를 공유하며 하나의 지원체계로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차 원장은 "앞으로는 장애아동과 가족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 헤매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고 연결될 수 있는 체계가 더 촘촘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아이들의 기적 같은 성장은 차 원장에게 큰 선물이다. 20여년 전 보육교사로 처음 장애아전문어린이집에 발을 들인 그는 "우리 아이들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르지만, 각자의 발달 속도에 맞게 잘 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선생님 손을 잡아야 이동할 수 있었던 아이가 어느새 청소년이 돼 완벽하진 않아도 스스로 걷고, 드물게 반응하던 아이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해요. 그 과정 속 한걸음에 수많은 노력과 기다림의 시간이 담겨 있는 걸 알고 있죠.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이 아이의 성장 과정에 함께 있었다는 감동이 있어요. 앞으로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발전해 나가는 길에 든든한 '길동무'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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