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 부산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
'도희야'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새 영화
"데뷔작으로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였다"
"도라 사례 다시 읽고 전복된 듯한 느낌"
"친분 없던 안도 사쿠라 연락처 수소문"
[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제 시작점으로 돌아가서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정주리 감독은 20대 초반 프로이트 전집을 읽었다. 당시 정 감독은 프로이트 정신분석 사례 중 잘 알려져 있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도라 케이스에 흥미를 느꼈고, 이걸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만약 이게 성공했다면 그의 데뷔작은 '도희야'(2014)가 아니라 '도라'가 될 수도 있었다.
"장편 시나리오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죠. 공부 해본 적도 없었고요. 그렇게 묵혀두다가 '도희야'를 만들게 됐습니다." 첫 번째 장편영화를 내놓은 뒤 정 감독은 다시 한 번 '도라'를 시도했다. 초고를 완성했으나 이번엔 제작을 하지 못했다. "너무 어렵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 이후 정 감독은 '다음 소희'를 내놨다. 그리고 나서 그는 다시 '도라'로 돌아왔다.
'도라'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앞서 지난 5월 열린 7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진출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와 도라 케이스를 다시 한 번 읽으니 프로이트 보고서엔 정작 도라가 없다는 걸 알았다. 뭔가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온전히 도라의 목소리로 풀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도라'는 18살 도라의 이야기다. 극심한 심인성 피부질환을 앓아 학교에 못 가고 부모와 남해 여름 별장을 찾은 도라가 아버지 제자와 그의 일본인 아내 그리고 그들의 쌍둥이 자녀와 시간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김도연이 도라를 맡았고,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안도 사쿠라와 함께 송새벽·최원영 등이 출연했다.
정 감독은 처음 썼던 시나리오와 최종 완성된 시나리오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했다. 다만 결말로 가기까지 세부사항엔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실제 도라 사례는 병든 상태에서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종결됩니다. 다만 영화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도라가 온전히 회복해서, 그게 어떤 방식이든 간에 회복해서 그 힘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과정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 안도 사쿠라 합류다. 정 감독은 처음엔 안도가 연기한 '미나'를 외국인 배우로 설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나가 가진 끝을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나라고 다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그렇다면 이 역할을 외국인 배우가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일본인은 어떨까, 그렇다면 안도 사쿠라다, 라는 식으로 제 의식이 흘러갔어요.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정 감독은 일면식도 없는 안도를 캐스팅하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했다고 했다. 안도 매니지먼트 회사 연락처를 알아내 한국에서 여름에 영화를 찍으려고 하는데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고 안도 쪽에선 관심을 보였다. 정 감독은 한 달 간 대본을 일본어로 번역해 안도에게 보냈고, 안도는 정 감독을 만난 뒤 출연하기로 했다.
"안도 연기의 놀라운 점은 그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가 다 달라 보인다는 거죠. 그러면서도 그 모든 캐릭터가 다 안도 같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안도가 출연하는 영화를 많이 봐왔지만 그가 어떤 배우인지 잘 알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바로 그게 제가 나미에게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전 나미를 미처 다 알지 못했으니까요. 안도와 함께한 건 행운이었어요."
정 감독은 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제에서 자신의 영화를 선보여야 하기도 한다. 그는 심사를 하는 마음과 영화를 선보이는 마음이 사실상 똑같다고 했다. "심사를 하기로 하면서 뭔가 나를 흔들어놓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똑같습니다. 제 영화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도라' 국내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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