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부은 통장도 깬다”…치솟는 분양가에 '청약 무용론' 확산[청약, 선별의 시대③]

기사등록 2026/10/11 06:05:00 최종수정 2026/10/11 07:48:42

8월까지 244만좌 해지…가입 웃도는 '순해지' 5년째

11년 이상 통장 29만좌 해지…2030 순해지도 작년 넘어

서울 59㎡ 분양가 16억 육박…당첨보다 자금 마련이 장벽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올해 아파트 청약시장은 분양가 상승과 규제 확대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되며 입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으로 대출 규제까지 한층 강화됐지만, 서울 청약 경쟁률은 146.64대 1로 집값 급등기 이후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2.2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내 집 마련을 위한 대표적인 주거사다리였던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신규 가입보다 해지가 많은 '순해지' 규모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선 가운데, 10년 넘게 유지한 장기 통장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청약통장 해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소형 아파트 분양가마저 16억원에 육박하고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당첨되더라도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힘들게 청약 가점을 쌓더라도 당첨 이후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더 큰 장벽이 되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지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44만좌로, 신규 가입 211만좌보다 33만좌 많았다.

신규 가입보다 해지가 많은 흐름은 2022년부터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순해지 규모는 2023년 76만좌에서 2024년 45만좌, 지난해 19만좌로 줄었지만, 올해는 8월까지 33만좌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장기간 유지해 온 통장을 정리하는 사례가 늘었다. 올해 1~8월 가입기간이 11년 이상인 통장의 해지는 29만좌로, 지난해 연간 실적 30만좌에 육박했다. 전체 해지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5.8%에서 지난해 9.0%에 이어 올해 11.9%로 높아졌다.

16~20년 유지된 통장도 올해 8개월간 9만좌가 해지돼 지난해 연간 실적 6만좌를 이미 넘어섰다. 청약통장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입자뿐 아니라 장기간 통장을 유지한 가입자들의 해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청년층에서도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8월 20대가 해지한 통장은 34만좌, 30대는 41만좌로 총 75만좌로 나타났다. 전체 해지 통장 10개 중 3개가량이 2030세대인 셈이다. 같은 기간 2030세대의 신규 가입은 67만좌에 그쳐 해지가 8만좌 많았다.

이처럼 청약통장 수요가 감소한 배경으로는 높아진 분양가와 자금조달 부담이 꼽힌다. 통장을 오래 유지해 당첨 기회를 얻더라도 실제 분양대금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청약통장에 대한 유인이 함께 떨어지는 것이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전용 59㎡ 평균 분양가는 15억9343만원으로 16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달 12억1183만원보다 3억8160만원(31.5%) 오른 수준이다. 소형 아파트를 선택하더라도 1년 전보다 4억원 가까이 많은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분양가 부담이 큰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가입 위축도 두드러졌다. 서울의 신규 가입은 2021년 111만좌에서 지난해 63만좌로 4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감소율인 23.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올해 1~8월 서울에서는 가입 41만좌, 해지 49만좌로 8만좌 순해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해지 규모인 4만좌의 두 배다.

대출 규제로 인해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것도 청약통장 무용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주택가격에 따라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총액한도가 제한된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규제지역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출 없이 마련해야 한다. 소득과 기존 부채에 따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로 대출 가능액이 줄면 필요한 자금은 더 늘어난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기대가 약해지면서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도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약통장 가입 혜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와 청약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분양가 부담이 큰 데다 공급이 단기간에 크게 늘지 못하면서 청약 수요자들의 선택지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이런 요인들이 청약통장 무용론이나 해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제도상 주택 청약은 특별공급 비중이 높아 생애최초·신혼부부·다자녀 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선호 단지의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분양가를 안정시키는 한편 복잡한 특별공급 등 청약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아파트 값이 86주 연속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최장 상승 기록을 넘어섰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주(28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올랐다. 지난해 2월 첫째주 상승 전환한 후 86주 연속 상승해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깬 것이다. 사진은 1일 서울 잠수교에서 바라본 반포 아파트 모습.2026.10.01. kch05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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