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과거 치명률 90%…항생제 치료 가능
생물테러 목적으로 개발 땐 대규모 확산 우려
국내 감염병 전문가 부족…"항생제 비축해야"
특히 페스트균은 생물 테러에 쓰일 수 있는 병원체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경우 현지 확산을 거쳐 해외 여행객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페스트는 과거엔 치명률이 90%로 매우 높은 질환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현대 의학에서는 초기에만 발견하면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한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페스트(흑사병)는 페스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을 의미한다. 주요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 오한, 혈담(피 섞인 가래), 호흡곤란 등이다. 과거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일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페스트 방역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실험실 여성 연구원이 급성 폐렴 증상으로 입원한 뒤 사망했다.
이후 이 연구원이 살아있는 병원체가 담긴 시험관을 실수로 깨뜨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폐렴형 페스트에 걸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병원체(페스트균)가 유출됐을 우려까지 나오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페스트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려진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감염병이다. 1347년부터 1351년 사이, 약 3년 동안 200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과거 중세 시대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치명률이 50~90%에 달했으나, 현대 의학에서는 조기 발견 시 항생제 복용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고관수 성균관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실험실 유출의 경우 공중보건 측면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지만, 페스트는 보통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되고 증상 이후 2~3일 내 항생제로 치료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페스트 환자 발생이나 자연계 내 페스트균 보유 설치류가 발견된 기록이 없다. 현재 질병관리청에서 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해외 유입 감시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해외 여행객을 통해 단발성으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세 시대와 달리 현대 의학에서는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 효과적인 항생제가 확보돼 있어 초기에 투여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며 "국내 보건 당국의 방역·격리 시스템과 방역 위생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설령 유입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위험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 감염병 전문가가 부족한 만큼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관수 교수는 "국내에 페스트균이 유입된다면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할 의료진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만약을 대비해 관계 보건 당국이 페스트 증상과 의료진의 대체 방법을 공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스트는 과거의 병이 아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 몽골 등에서는 지금도 매년 보고 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매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례가 매우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실험실에서 병원균이 유출됐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페스트를 생물테러(생화학 테러) 목적으로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규모 감염·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재훈 교수는 "페스트균은 생물 테러에 쓰일 수 있는 병원체로 분류된다"며 "이번 일은 이런 병원체 연구가 지금도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고나 악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폐렴형 페스트는 사람 사이에 비말로 전파되고, 치료가 늦으면 치명률이 매우 높다"며 "하지만 일찍 진단하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페스트 치료용 항생제를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스트의 전파 경로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다. 페스트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매개하는 감염병으로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이 벼룩에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균에 감염된다. 대부분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만, 드물게 폐렴형 흑사병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페스트균 전파가 가능하다.
정지원 교수는 "가장 흔한 림프절 페스트는 주로 쥐나 야생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며, 환자의 림프절 분비물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한 일반적인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다만 폐렴형 페스트의 경우 환자의 기침이나 비말(침방울)을 통해 사람 간 공기·호흡기 전파가 가능하므로 전염력이 매우 높고 조기 격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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