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한 대처로 심정지 위험 환자 의식 되찾아
15년차 베테랑 간호사가 전철에서 퇴근 길 만원 열차 속을 비집고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승객의 목숨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혜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외래계간호팀 간호사는 지난 1일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7호선 열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남성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의식을 회복시켜 119 구급대원들에게 인계했다.
서 간호사는 당시 직장 근처인 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에 탑승해 퇴근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군자역 즈음에 같은 칸에 탑승했던 승객 중 한 명이 힘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다른 승객들이 응급처치를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됐다. 인파를 헤치고 다가간 서 간호사는 쓰러진 승객이 의식이 없을 뿐 아니라 전신 발작 증상이 있는 환자임을 확인했다.
당시 기존 병력을 알 수 없는 상태였던 만큼, 서 간호사는 119 신고를 먼저 요청하고 침착하게 환자 상태를 살폈다. 이어서 다른 승객들이 진행하던 처치를 멈추게 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했다.
그러자 발작은 잦아들었으나 환자의 맥박이 점차 약해지며 숨을 헐떡이듯 불규칙하게 쉬는 심정지 호흡이 나타났고, 서 간호사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전철이 한 정거장을 지나 중곡역에 도착하자 다른 승객들의 도움으로 환자는 승강장으로 옮겨졌으며, 서 간호사는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하는 시점까지 상태를 돌봤다. 승강장으로 옮긴 다음에도 이어진 처치에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무렵 환자는 의식을 되찾았고, 곧바로 인계돼 인근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입사 15년차인 서 간호사는 혈액내과 병동에 근무하며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오랜 기간 돌보아왔으며, 외래간호팀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병원 내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날 따라 매우 지친 상태였지만, 서 간호사는 의료인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만원 열차 속을 비집고 환자에게 다가갔다며 "쓰러진 분도 누군가의 이웃이자 가족일 텐데, 꼭 살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웃으며 병원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위급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되며, 그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함께 도왔던 승객들과 역무원의 도움도 컸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합심한 덕분으로, 자신은 단지 상대적으로 응급 상황에 경험이 많은 의료인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서 간호사는 시민들에게 특히 당부할 점으로 신고를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119 신고인데, 현장에서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특정한 사람을 지목해 신고를 부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작 환자를 돌볼 때는 입에 손을 넣으면 오히려 손가락을 다칠 수 있으므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서 간호사는 이튿날에도 평소처럼 출근하여 근무를 이어갔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서울교통공사의 오혜성씨가 서 간호사의 조용한 선행을 병원에 제보하며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오씨는 "순식간에 벌어진 급박한 상황에서도 간호사님은 침착하게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조치를 하나씩 이어갔다"며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적인 모습이 정말 멋있었고, 이런 선행이 많은 분께 알려져 응급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분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병원에 연락드렸다"고 말했다.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병원장은 "위급한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나선 서혜원 간호사의 대처는 평소 전문성과 사명감이 몸에 밴 결과"라며 "앞으로도 구성원들이 어느 곳에서든 생명을 지키는 일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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