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 첫 개인전…석고·과슈 회화 32점
‘중첩’ 연작부터 신작 ‘들떠 있는 풍경’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색을 칠해 산을 그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색을 긁어낸다.
채색된 표면을 한 방향으로 반복해 긁으면 아래에 있던 흰 석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짧고 긴 선이 쌓이고 밀도가 달라지면서 어느 순간 산의 윤곽과 빛, 부피가 생겨난다.
우병윤(38)의 신작 ‘들떠 있는 풍경(Floating Landscape)’이다.
우병윤 개인전 ‘중첩: 들떠 있는 풍경(Superposition: Floating Landscape)’이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2024년 선화랑 기획전 ‘자연회귀적 열망’에 참여한 이후 이곳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중첩’ 연작과 신작 ‘들떠 있는 풍경’을 중심으로 회화 32점을 선보인다.
우병윤은 석고와 과슈를 주요 재료로 회화의 표면과 공간을 탐구해왔다.
기존 ‘중첩’ 연작에서는 나무 패널 위에 석고를 바르며 이랑과 고랑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을 만들었다. 그 위에 색을 칠한 뒤 다시 긁어냈다. 석고를 쌓은 흔적과 색을 덜어낸 흔적이 겹치면서 추상적인 결은 파도와 산을 오갔다.
신작에서는 방법을 바꿨다.
석고를 평평하게 바른 뒤 색면을 만들고, 채색된 표면을 반복해서 긁어낸다. 기존의 요철이 산의 덩어리와 공간을 만드는 선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풍경은 색을 더한 곳이 아니라 덜어낸 자리에서 나타난다.
긁어낸 선의 길이와 밀도가 산의 덩어리와 화면의 깊이를 만든다. 그 위에 일정한 간격의 수평선과 수직선을 다시 긋는다. 유기적인 산의 선과 인위적인 기하학적 선이 한 화면에서 교차한다.
멀리서는 산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긁힌 선과 석고의 표면이다. 시선에 따라 풍경과 물질, 깊이와 평면을 오간다.
전시 제목의 ‘들떠 있는’도 여기에서 나왔다. 공중에 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추상과 풍경, 평면과 깊이 가운데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우병윤은 “자연을 내가 해석하고 소유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무관하게 계속되는 세계로 바라보고 싶었다”며 “나 또한 그 안에 잠시 포함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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