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12월 약 158억대 '무차입 공매도' 혐의
2021년 '무차입 공매도' 처벌조항 신설 후 첫 기소
대법 "공매도 주문제출·매매체결 돼야 처벌 가능"
이 사건은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새로 생긴 후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로 이목을 끌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HSBC 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HSBC와 소속 트레이더 3명은 2021년 8~12월 주식을 차입하지 않은 상태로 매도 주문을 제출해 체결케 하는 '공매도' 방식으로 9개 회사의 주식 31만8781주, 합계 157억8460만원 상당을 매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앞서 검사는 HSBC 법인에 벌금 3억원을 구형했으나, 1심은 지난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공매도할 때 반드시 차입을 확정 짓고 공매도를 해야 하는데 HSBC는 그 절차를 사후적으로 취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차입공매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대표이사나 관리 시스템상 운영자가 공모해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2심도 지난해 9월 무죄를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무차입 공매도로 인한 자본시장법위반죄는 주식에 관한 매도 주문을 해 매매 체결이 이뤄진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주문을 제출한 것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검사 주장을 배척했다.
이어 HSBC와 소속 트레이더 3명이 공모해 무차입 공매도에 나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1심 판단에 대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수긍하면서 HSBC 법인은 재판에 넘겨진 지 2년 6개월여 만에 혐의를 벗게 됐다.
대법원은 은행 소속 임직원들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법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2심 판단에 수긍했다.
또 자본시장법상 불법 공매도 형사 처벌의 기준이 되는 '매도' 행위에 대해서는 "상장증권에 대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어 매매 체결이 된 경우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거래소 회원이 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법리를 판시했다.
HSBC를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은 "이번 판결은 무차입 공매도 위반 행위가 어떤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례가 없는 무차입 공매도 관련 형사처벌 규정의 해석에 관한 법률적 쟁점 및 HSBC의 임직원들에게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다는 고의와 공모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치밀하게 논증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 당시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당시엔 위법한 공매도를 하거나 그 위탁 또는 수탁을 한 자에게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제재 규정을 두고 있었다.
2021년 4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선 위법한 공매도를 하거나 위탁 또는 수탁을 한 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5억원 상한)을 매기는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이후 규정이 개정돼 지난해 3월부터 벌금액이 부당이득액 4배 이상에서 6배 이하(5억원 상한)로 더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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