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시세 격차가 만든 광풍…'줍줍' 경쟁 갈수록 치열
공급가 그대로인데 시세는 껑충…'로또 청약' 된 무순위
당첨만 바라볼 수 없다…계약금·잔금 조달이 주요 변수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청약 시장에서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수만 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데다 청약통장이나 가점 부담 없이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이 나오면서다. 집값 상승세와 분양가 오름세가 겹치면서 당첨만 되면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에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실제 1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광진구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 6만7000여명이 몰렸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일 진행된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C 1가구 무순위 청약에 6만6863명이 신청했다. 이번 물량은 일반공급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계약이 취소된 물량을 재공급하는 것이다. 청약 자격은 서울 거주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됐다.
청약자들이 몰린 주요 배경으로는 분양가와 시세 간 큰 격차가 꼽힌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입주권은 지난 8월 22억원에 거래됐다. 당첨될 경우 1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청약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도 무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전용 59㎡ 4가구 무순위(사후) 청약에 총 5만4626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만3656.5대 1에 달했다. 전용 59㎡A 3가구에는 4만2283명이 신청해 1만409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가구가 나온 전용 59㎡C에는 1만2343명이 몰렸다.
청약자들이 몰린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와 현재 시세 간 가격 차이다. 이번 무순위 물량의 분양가는 전용 59㎡A가 7억1700만~8억800만원, 59㎡C가 7억5700만원이다.
반면 같은 단지 전용 59㎡A 입주권은 지난해 10월 14억원에 거래됐다. 동·호수와 거래 시점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순 비교하면 당첨 시 최대 7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무순위 청약은 본청약 이후 계약 포기나 부적격 등의 이유로 남은 물량을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청약 시장의 '틈새 물량'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무순위 청약의 자격 요건을 무주택자로 제한하는 등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됐지만 경쟁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실수요자는 물론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청약 대기자까지 몰리면서다.
무순위 청약 열기가 강해진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와 기존 주택 가격 사이의 격차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무순위 청약 물량 중에는 과거 분양 당시 가격이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 분양 시점과 현재 시세 사이에 시간이 벌어질수록 당첨자가 누릴 수 있는 가격 차이도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더해지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청약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무순위 청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약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줍줍' 열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 가격으로 공급되는 무순위 물량이 나올 경우 시세와 분양가의 격차가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순위 청약이 모두 높은 시세차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첨 이후 잔금 마련은 물론 취득세 등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단지별로 전매 제한과 거주 요건 등이 다른 만큼 청약에 앞서 관련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통상 공급가의 10%인 계약금을 당첨 직후 납부해야 하고, 나머지 90%의 잔금도 한 달여 뒤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첨되더라도 단기간에 수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자금 조달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큰 무순위 청약 물량에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줍줍'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나 가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특히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큰 단지는 당첨과 동시에 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청약 수요가 단기간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다만 무순위 청약이라고 해서 모두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전매 제한이나 거주 의무, 잔금 납부 일정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당첨 이후 필요한 자금을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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