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情景] 4일 부산록페 헤드라이너 공연
리버틴즈의 역사는 곧 실패와 유예의 기록이었다. 1997년 피트 도허티와 칼 바랏이 결성한 이래, 런던의 비좁은 옥탑방에서 게릴라 공연을 벌이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흩어지던 시절부터 이들은 늘 삶의 위태로운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약물과 불화, 배신과 재결합으로 얼룩진 세월은 상처를 지우는 대신 그 흉터를 훈장처럼 달고 다시 같은 무대 위에 나란히 섰다. 지난해 상반기 첫 단독 내한공연으로 한국 팬들과 마주한 데 이어, 올해는 부산의 갯바람 속에서 그 오래된 온기를 다시 지폈다.
이날 리버틴즈는 '업 더 브래킷(Up the Bracket)', '타임 포 히어로즈(Time for Heroes)', 서로를 향한 환멸과 애증을 정직하게 쏟아내는 '캔트 스탠드 미 나우(Can't Stand Me Now)'와 '돈트 룩 백 인투 더 선(Don't Look Back Into the Sun)', 그리고 최근작 '런 런 런(Run Run Run)'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주했다. 중년의 육체에 얹힌 로큰롤은 더 이상 소년의 치기 어린 반항이 아니었다. 오히려 온갖 오점과 파경을 통과해 낸 자들만이 건넬 수 있는, 일종의 태도에 가까웠다.
매끈하게 조율된 알고리즘과 결점 없는 디지털 사운드가 지배하는 시대에, 이들이 던져놓은 불협화음과 거친 숨결은 역설적으로 '살아있음'의 감각을 일깨운다. 무대 위의 소란과 변두리 골목의 무질서가 뒤섞인 리버틴즈의 부산 밤. 상처 입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서로를 끌어안았던 그 시절 브릿팝의 낭만은, 여전히 삶을 견디게 하는 가장 정직한 폐허의 형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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