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 현장 교사가 진단하는 학생 문해력 실태조사
82.1% "문해력 저하로 수업 지도·의사소통 과정 어려워"
63.5 %"교과서 한자 병기, 문해력 향상 도움 안될 것"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교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최근 5년 사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10명 중 8명은 문해력 문제로 수업이나 학생과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자주 경험한다고 답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교사가 진단하는 학생 문해력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교원 1356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최근 5년 사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문해력 수준이 저하됐다고 응답한 교사는 96.5%(1309명)에 달했다. '매우 저하됐다'는 응답이 64.2%(870명), '다소 저하됐다'는 응답이 32.4%(439명)였다.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로 수업 지도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는 응답도 82.1%(1113명)로 나타났다. '매우 자주 있다'는 41.7%(566명), '자주 있다'는 40.3%(547명)였다.
교사들이 꼽은 가장 두드러진 문해력 부족 영역은 '설명적 텍스트 분석 능력'으로 80.2%(1088명)가 선택했다. 이어 '문학적 텍스트 맥락 이해 능력' 37.8%(513명), '일상적 텍스트 이해 능력' 37.6%(510명), '복합 자료 종합 및 서술 능력' 30.7%(416명) 순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긴 글의 주요 내용을 파악하거나 요약하지 못하고, 수학 문제의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의 사례를 경험한다고 답했다. 안내문이나 과제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경우도 제시됐다.
어휘 이해와 관련한 사례도 나왔다. '금일'을 금요일로, '고소공포증'을 법적 고소에 대한 공포로,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많다는 뜻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의 읽기 회피 행동도 확인됐다. '교과서나 제시 자료를 제대로 읽지 않고 친구에게 답이나 내용을 바로 묻는다'는 응답이 59.7%(809명)로 가장 많았다. '텍스트 난이도가 조금만 높아도 못 읽겠다고 말하며 시도를 꺼린다'는 43.4%(588명), '글을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멈춘다'는 28.8%(391명)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텍스트를 읽기보다 AI의 답변을 먼저 찾는다'는 응답이 27.0%(366명), 'AI가 생성한 답변을 별다른 검토 없이 그대로 과제·답안으로 제출한다'는 응답이 18.4%(250명)로 나타났다.
문해력 향상 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도 컸다. 83.8%(1137명)가 문해력 향상 수업 운영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또는 '다소 크다'고 답했다. 반면 학교 차원의 시간·인력·자료 지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76.3%(1034명)였다.
특히 높은 수업 부담과 부족한 지원을 동시에 보고한 교사는 890명으로 전체의 65.6%였다.
기초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별도 지원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충지도나 소규모 수업, 외부 프로그램 연계 등 별도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또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응답은 46.2%(627명)였다.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2.3%(31명)에 그쳤다.
문해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교육 측면의 요인으로는 '교과 시수 및 학사 운영 여건상 문해력 관련 수업을 운영하기 어려움'이 59.3%(804명)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국어·교과 수업에서의 읽기·쓰기 활동 부족' 41.7%(566명), '각종 수행평가·프로젝트의 형식적 운영' 30.8%(417명) 순이었다.
교사들이 문해력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할 교육 방향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기초 문해력 집중 지원 프로그램 확대'로 63.6%(863명)였다. '독서교육 및 학교·지역사회 연계 독서활동 활성화'가 41.3%(560명), '모든 교과에서의 읽기·쓰기·토론 등 문해력 통합 수업 강화'가 29.6%(402명)로 뒤를 이었다.
교사 지원 방안으로는 '문해력 관련 행정업무 경감 및 수업 시간 확보'가 43.4%(58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체적인 수업 사례·자료 제공' 26.1%(354명), '교원 추가 배치' 20.3%(275명) 순이었다.
향후 정책의 최우선 영역으로도 '교사·학교에 대한 실질적 지원, 즉 인력·시간·예산'이 46.0%(624명)로 가장 높았다. '국가수준 문해력 진단·평가 체계 구축 및 개선'은 20.9%(284명)였다.
현행 문해력 관련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51.8%(703명)가 '대체로 부정적이며 부족하다'거나 '매우 부정적이며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서는 63.5%(861명)가 학생들의 실질적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52.6%(453명)는 '문해력 저하의 근본적 원인 해결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한자 병기가 도움이 된다고 답한 교사는 36.5%(495명)였으며, 이 가운데 45.7%(226명)는 '한자어 기반의 교과 개념어 및 학술 어휘 이해도 향상'을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교사들이 체감하는 문해력 문제는 심각하지만 이를 지도할 시간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단순히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만으로는 현장의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문해력 지도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기초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지원 확대와 행정업무 경감, 교원 추가 배치 등을 요구했다.
송 위원장은 "문해력을 강조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마땅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교사의 관찰·경험·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학생들의 실제 문해력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또한 복수응답 문항은 응답 비율의 합계가 100%를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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