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흔드는 AI 살처분…'산란계 백신 상시접종' 해답될까

기사등록 2026/10/10 07:00:00 최종수정 2026/10/10 07:26:24

산란계 살처분 267만→1134만 마리…계란값도 고공행진

질병청·농식품부, '원헬스' 다부처 연구 필요성에 공감

佛 오리 백신 후 발생 급감…감시·차단방역 병행이 관건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계란 매대 모습. 2026.08.30. hwang@newsis.com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과 계란 수급 불안이 반복되면서 백신을 방역수단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백신을 맞은 가축이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보유·배출할 가능성과 변이 발생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도 백신 도입에 앞선 범부처 연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산란계 백신 활용을 둘러싼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살처분 범위 줄였는데 산란계 피해는 4배…계란값도 상승

10일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축소됐음에도 AI 발생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2023~2024년 절기 약 267만 마리에서 2024~2025년 절기 483만 마리로 늘어난 뒤 2025~2026년 절기에는 1134만 마리까지 증가했다. 2년 만에 4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AI 유행기마다 계란 수급과 가격도 영향을 받았다.

특란 30구 기준 연평균 소비자가격은 2023년 6491원에서 2024년 6563원, 지난해 6792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6972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전국 평균 가격이 7400원대를 나타냈고 일부 지역에서는 80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계란 가격에는 사료비와 사육밀도, 유통구조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가격 상승을 살처분만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대규모 살처분 이후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감소하면 단기간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AI 발생 때마다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AI 방역은 감염 농장이 확인되면 해당 농장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주변 농장에 이동제한과 검사·소독 등을 실시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방역체계를 조정해 왔지만 AI가 산란계 밀집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대규모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산란계를 대상으로 백신을 상시 접종하는 방안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H5N1형과 H5N3형 AI 백신 항원을 각각 500만회분씩 총 1000만회분 비축하고 있다. 다만 이는 AI 발생에 대비한 긴급 접종용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산란계를 포함한 가금류에 고병원성 AI 백신을 일상적으로 접종하지 않는다.

다른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의 경우 상시 백신 접종 체계를 도입한 이후 발생과 살처분 규모가 크게 줄었다.

2010~2011년 대유행 당시 구제역은 3748건이 발생해 약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전국적인 백신 접종 체계가 정착된 뒤에는 2016년 21건·3만3000마리, 2017년 9건·1400마리, 2019년 3건·2200마리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읍=뉴시스] 정읍지역의 한 가금류 농장, 폭염에 지친 닭들이 활동량을 줄인 채 앉아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오리 접종 뒤 발생 급감…"백신만으론 부족"

해외에서는 고병원성 AI가 반복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을 방역수단의 하나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백신을 단독 해법으로 보기보다는 감시·예찰과 생물보안 등 기존 방역에 더하는 보완책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2023년 10월부터 오리를 대상으로 대규모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2023~2024년 절기 6100만 마리가 접종됐고, 농장 내 AI 발생은 직전 절기 400건 이상에서 10건으로 줄었다.

다만 절기별 발생 규모에는 야생조류의 바이러스 유행 정도와 방역 수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감소세를 백신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프랑스 정부 역시 백신 접종이 발생 억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감시와 생물보안 등 기존 방역을 함께 유지하고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도 AI 백신을 통합적인 질병 통제 수단의 하나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이 기존의 감시·조기 발견·생물보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역시 백신을 단독 해법이 아닌 보완적 수단으로 본다.

접종 이후에도 조기 발견을 위한 감시와 신속한 발생 대응을 병행하고, 유행 바이러스에 맞춰 백신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위험요인을 검증하기 위한 사전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청과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은 이와 관련해 "고병원성 AI 백신 도입에 대비한 원헬스 차원의 다부처 협력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접종 시 임상증상 없이 바이러스가 증식·배출되거나 변이에 따른 백신 회피로 인체감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접종 개체와 실제 감염 개체를 구별하는 감별·예찰 체계 구축도 과제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와 감염으로 생긴 항체를 구별하는 DIVA 백신과 감별진단법을 개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산란계에 대한 고병원성 AI 상시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질병관리청과 별도 협의한 바 없다"면서도 "선제적인 원헬스 차원의 다부처 협력연구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협력 요청이 있는 등 다부처 협력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사진=농식품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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