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학습지 상담교사도 근로자…중노위 첫 인정

기사등록 2026/10/08 10:00:00

노동위 첫 인정…계약 형식보다 실제 업무로 판단

근무시간·업무규정 회사가 정해…전자시스템 관리

8년간 계약 갱신…중노위 "기간 정함 없는 근로자"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022년 2월 4일 오후 노동쟁의 조정신청 접수를 위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2022.02.04.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박정영 기자 = 온라인 학습지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회원가입 상담 업무를 해온 재택 상담교사도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중노위는 지난 8월 27일 온라인 학습지 업체와 위탁업무계약을 맺은 재택 상담교사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회사의 일방적인 위탁계약 종료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동위원회가 위탁계약 학습지 회원가입 상담교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노위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제 업무 수행 방식과 사용자와의 종속관계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노위에 따르면 A씨는 약 8년간 온라인 비대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와 1년 단위 위탁업무계약을 체결·갱신하며 학습지 회원가입 유선 상담 업무를 수행했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았지만, 계약 만료일이 오기 전 회사로부터 위탁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중노위는 A씨가 형식상 위탁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A씨는 회사 사업을 위한 상시적·필수적 인력으로 업무 내용이 회사에 의해 정해졌고, 학습상담 업무규정과 일원화된 관리체계 아래 회사가 제공한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정해진 시간과 방법으로 장기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정한 업무집중시간대에 상담 업무를 수행했고, 학습상담 업무규정에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제재조항도 마련돼 있었다.

회사에서 제공한 업무용 휴대전화와 통화녹취시스템, 메신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무를 관리받은 점도 근로자성 판단 근거가 됐다.

고정급은 없었지만 실적 수수료가 매월 지속적으로 지급됐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상담교사도 상담 업무에 대해 유사한 수준의 실적급을 받고 있었다. 중노위는 이를 근로 제공의 대가인 임금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 종료 역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회사는 경영악화와 실적 저조를 이유로 A씨와의 위탁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중노위는 A씨가 1년 단위 계약을 갱신하며 약 8년간 계속 근무한 점을 고려해 기간제법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의 계약 종료가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경영상 해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초심을 취소한 뒤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최근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며 고용형태가 다양화되고 업무 수행 방식도 급변하고 있어 형식적으로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일하는 방식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근로기준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약 관행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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