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갸날'~'한글날' 100년…"볼수록 아름다운 스물넉 자"

기사등록 2026/10/09 06:00:00

1443년 '훈민정음' 창제 후 1446년 '해례본' 반포

상대적으로 업신여기기도…문학·노래 등에 쓰여

한글학자들, 일제강점기 탄압 버티며 사전 만들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2025년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언론공개회에서 한 관람객이 '훈민정음'을 관람하고 있다. 2025.06.0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조선왕조 제4대 임금 세종은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 1443년 28자로 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을 창제한다.

약 2년 9개월 후인 1446년 세종과 뜻을 같이한 집현전 학자들은 세종대왕의 반포문에 해설, 용례 등을 덧붙여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든다.

하지만 한글은 처음부터 사랑받지는 못했다. 창제 직후 최만리 등 일부 집현전 학자는 언문 사용에 대한 우려를 세종에게 상소했다. 해례본 반포 이후에도 양반들을 중심으로 '언문은 여자가 배우는 글'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책 '한글 역사 이야기'를 통해 18~19세기 경상도 양반가 여성 사이 널리 퍼진 '내방가사'나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등을 언급하며 여성들이 한글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578돌 한글날인 9일 대구 수성구 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내가 쓰는 ㅎㅁㅈㅇ - 훈민정음 용자례’ 체험을 하고 있다. 2024.10.09. lmy@newsis.com

모든 이가 한글을 반대한 건 아니었다. 퇴계 이황은 '도산십이곡'을, 교산 허균은 '홍길동전'을, 송강 정철은 '속미인곡'을, 김만중은 '구운몽'을 한글로 지었다.

한글은 한자를 모르던 백성들에게 배우기 쉬운 글이었고, 일부 양반들에게는 소중한 우리 글자로 인식됐다.

이후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한글은 공문서에 사용되는 글자로 인정받는다. 1896년에는 서재필이 주필을 맡은 한글 신문 '독립신문'이 창간된다.

국문판을 담당했던 주시경은 1907년 국어강습소를 만들고 제자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과 함께 사전(말모이)을 만들기 위해 우리말을 모으지만,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579돌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세상을 잇다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우리글멋글씨 체험을 하고 있다. 2025.10.09. myjs@newsis.com

그의 제자들이 만든 조선어연구회는 1926년 신민사와 함께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년)을 맞아 1926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열었다.

'한글'이란 용어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지만, 우리 겨레의 글이란 뜻으로 1928년부터 '가갸날'이 '한글날'로 바뀐다.

이후 조선어연구회를 주축으로 1929년 조선어사전 편찬회가 만들어진다. 1931년 조선어연구회는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1933년 맞춤법, 1936년 표준말, 1940년 외래어 표기법 등을 정리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어문운동을 민족운동으로 규정하고 한글학자들을 탄압하며, 사전 제작은 난항을 겪는다.

1945년 광복 이후 서울역 창고에서 일본 경찰에 빼앗겼던 '큰사전' 원고를 되찾으며, 1947년 '조선말 큰사전' 제1권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1967년 제6권까지 우리말 어휘 16만4125개가 실린 사전이 세상에 나온다.

[서울=뉴시스] 보물 말모이 원고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10.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8자에서 24자로 줄어들고, 맞춤법이 제정되고, 가로쓰기와 띄어쓰기가 생기는 등 '훈민정음'이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 '한글'은 조금 달라졌지만, 소중한 우리 글임은 변함없다.

'훈민정음 해례본' 반포일로 추정되는 10월 9일을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한글날'로 기념하는 이유다.

'한글날'은 1949년 한글날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으나, 1999년 공휴일이 많아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추후 다시 한글 관련 단체의 요구에 따라 2005년 법정 국경일로 지정됐다. 2012년 공휴일로 다시 지정돼 오늘에 이르렀다.

한편 송암 박두성이 1926년 만든 6점식 한글 점자 '훈맹정음'도 올해 100주년을 맞았고, 한국수화언어의 경우 국운 윤백원이 한글 지문자 창안한 지 80년, 한국수어가 공용어로 인정받은 지는 10년이 지났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6일 인천 연수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2026년 하반기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참석자가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국립한글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과 공동으로 7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개최한다. 2026.10.06.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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