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근로시간·휴가 등 남녀 성별 격차 분석
유연근무 활용 남성 15.0%·여성 11.0%…연차사용도 격차
"시간제 일자리 확대, 격차 악화…유연근무 권리로 보장"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돌봄 책임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는 여성들이 정작 유연근무제와 유급휴일·휴가 활용 비율은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근로시간이 남성보다 짧은 데에는 단시간 고용과 돌봄 부담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유연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최근 '근로시간·휴가·유연근무제에서의 성별 격차 완화해야-유연근무제 신청권 도입 필요'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연구진이 지난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재분석한 결과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남성 15.0%, 여성 11.0%로 조사됐다.
유급휴일·휴가 혜택을 받는 비율 역시 남성 71.6%, 여성 58.9%로 12.7%포인트(p) 차이가 났다.
연차휴가를 오전이나 오후로 나눠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남성은 60.2%, 여성은 52.8%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짧게 일하는 비율이 높았다. 1주 동안 36시간 미만 근무한 비율은 남성 54.6%, 여성 71.3%였다.
종사상 지위별 실제 취업시간도 모든 유형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길었다. 상용직은 남성 36.6시간, 여성 32.6시간이었고 임시직은 각각 33.0시간과 26.5시간으로 격차가 더 컸다. 일용직 역시 남성 30.4시간, 여성 26.1시간이었다.
36시간 미만으로 일한 주된 이유에 대해 여성의 46.4%는 '평소 단시간 근무'로 응답하고, 1.0%는 '육아'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여성의 단시간 고용형태와 돌봄 부담이 근로시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차 분할 사용 경험이 여성에게서 낮게 나타난 데 대해서는 "남성은 전일제 근로자 비율이 높아 반차·시간 단위 휴가 사용 수요가 큰 반면, 여성은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 분할 사용 필요성이 낮은 구조적 특성이 반영됐거나 연차 분할 사용제도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 더 많은 여성이 종사하는 실태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유연근무 활용률 격차에 대해서도 "여성 근로자가 시간과 장소 자율성이 큰 유연근무제에 실질적으로 접근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를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은 오히려 성별 근로시간과 임금 격차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남성에게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장시간 근로 해소, 휴가나 유연근무제 활용을 통한 돌봄 시간 확보가 중요한 과제인 반면, 여성에게는 단시간 근로 고용형태 비율의 감소와 장기간 육아휴직이 아닌 대안적인 일·생활 양립 방식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들도 근로시간 조직 방식 자체를 돌봄 책임에 맞게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단시간 고용을 확대하기보다 안정적인 근로시간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근로자가 돌봄 등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법적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차출퇴근제의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중장기적으로 근로자의 개별적 필요에 따른 '유연근무 신청권'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유연근무 신청에 따른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구제절차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유연근무를 근로자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가 근로시간과 일정, 근무 장소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업무상 실질적인 지장이 없으면 사용자가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독일도 합리적인 경영상 사유가 없는 한 시간단축 신청을 거부할 수 없으며, 영국 역시 합리적인 사업상 이유 없이 유연근무 신청을 거절할 수 없다.
연구진은 "근로자가 유연근무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거부의 정당성을 증명"하도록 해 신청권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진은 남성의 유연근무 활용을 늘려 돌봄 부담을 보다 고르게 나누는 방안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돌봄을 사유로 하여 남성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경우 사용 가능 기간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유인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부부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사용할 경우 급여 상한액을 높이거나 육아휴직처럼 '6+6'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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