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 민주당 의원실, 데이터처 통계 분석
작년 혼외 출생,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전체 출생아 중 혼외 출생아 5.5%로 역대 2위
혼인신고 부부 19.6%, 결혼 후 1년 이상 걸려
부부 소득 합산에 정책대출 탈락 우려도 나와
"결혼이 불리한 선택 되지 않게 제도 개선해야"
혼인신고를 늦추는 부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부부 5쌍 중 1쌍은 실제 결혼 이후 신고까지 1년 이상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대출 등의 소득·자산 기준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면서도 법적인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늘면서,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혼외 출생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외 출생 비중도 5.5%로 역대 2위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외 출생아 수는 1만4023명으로 전년(1만3827명)보다 196명(1.4%)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혼외 출생아 수는 2012년 1만141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어선뒤, 이듬해 다시 1만명 아래로 내려갔다가 2021년부터 5년 연속 증가해 2023년 1만857명으로 11년 만에 1만명대에 진입했다. 2024년에는 1만3827명, 지난해에는 1만4023명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25만4341명) 중 혼외 출생아 비중은 5.5%였다. 역대 최고였던 2024년 5.8%보다는 0,3%포인트(p) 낮아졌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혼외 출생 비중이 5%를 넘어 선 것도 2024년과 지난해 두 해뿐이다.
혼외 출생 비중은 0~1%대를 오가다 2010년 처음 2%대에 올라섰다. 이후 2%대에 머물다 2022년 3.9%, 2023년 4.7%, 2024년 5.8%로 최근 3년 새 가파르게 뛰었다. 10년 전인 2015년(1.9%)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혼외 출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서울·인천·경기에서 태어난 혼외 출생아는 8420명으로 전국의 60.0%를 차지했다.
전체 출생아 가운데 혼외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수도권이 6.1%로 비수도권(4.8%)보다 1.3%포인트(p) 높았다. 2015년에는 수도권(1.7%)이 비수도권(2.0%)보다 낮았지만, 10년 사이 역전됐다.
시도별로는 서울의 혼외 출생 비중이 7.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6.8%), 부산(6.7%), 광주(6.4%), 대구(6.0%), 세종(5.7%) 순이었다.
강원은 3.5%로 가장 낮았고 제주(3.7%), 충남(3.9%), 경북(4.0%), 울산(4.1%)도 4% 안팎에 머물렀다.
서울은 10년 새 비중의 상승 폭도 가장 컸다. 2015년 1.8%에서 지난해 7.0%로 5.2%p 높아졌다. 부산도 같은 기간 1.6%에서 6.7%로 5.1%p 상승해 뒤를 이었다.
◆'결혼 페널티'에 혼인 신고 미루는 부부들
혼인 외 출생 증가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혼인 신고를 늦추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24만326쌍 가운데 4만7096쌍(19.6%)은 실제로 결혼한 날부터 신고까지 1년 이상 걸렸다. 혼인신고 부부 5쌍 중 1쌍꼴로 결혼 후 1년이 넘도록 신고를 미룬 셈이다.
이런 부부는 2020년 2만7372쌍, 2022년 2만9348쌍에서 2024년 4만2273쌍으로 늘어 처음 4만쌍을 넘었다. 지난해(4만7096쌍)는 2020년의 약 1.7배다. 전체 혼인신고 중 비중도 같은 기간 12.8%에서 19.6%로 6.8%p 높아졌다.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 중 하나로는 정책대출이나 각종 지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꼽힌다.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의 소득과 재산이 합산되면서 기존에 받을 수 있었던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서 사는 30대 임모 씨는 2023년 결혼식을 올리고 내년 1월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서울에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임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이 주택 소유 이력 때문에 남편이 생애최초 주택구입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부부 소득이 합쳐지면 디딤돌대출 소득 기준을 넘을 수 있다는 점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대출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인 미혼자는 연소득 7000만원 이하가 기준이지만, 신혼가구는 부부 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를 적용받는다.
각자 소득만 따지면 기준을 충족하던 맞벌이 부부도 혼인신고 이후에는 합산 소득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가령 연봉이 각각 5000만원인 경우 혼인 전에는 각자의 소득이 기준 이하지만 혼인 후에는 합산 소득이 1억원이 돼 신혼가구 기준을 넘어선다.
임씨는 "서울 집은 멀어서 신혼집으로 쓸 수 없는데, 팔더라도 혼인신고를 하면 남편도 생애최초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들었다"며 "혜택을 받지 못하면 기혼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 너무 적어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 합산 소득을 적용하는 것은 디딤돌대출뿐만이 아니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과 보금자리론 등도 부부 소득을 합산하기 때문에, 맞벌이 신혼부부는 소득 기준을 넘기 쉽다. 이런 구조가 혼인신고를 미루게 만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혼인 외 출생 증가를 '결혼 페널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혼인신고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신고를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데에는 신고 후 경제적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는 주거비와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진석 의원은 "결혼으로 인한 불이익이 결혼페널티 현상을 야기했고, 그 영향으로 혼외 출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결혼이 불리한 선택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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