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에 정식 외교 요청 '데마르슈' 발송
"러시아 정보 공유 제한에 美 대응 차질"
생물무기·코로나19도 거론…곧 정상통화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러시아의 페스트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연구원이 원인 불명의 호흡기 질환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정보 공유를 정식 요구했다.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당국은 정보 제한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6일(현지 시간) 러시아 정부에 페스트 발생 의혹 격리 상황 등을 상세하게 공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데마르슈(démarche)'를 보냈다. 데마르슈란 정부가 공식 외교 입장을 타국에 전달하는 문건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세계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몇 시간, 며칠 안에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한 데 이어, 정식 외교 절차를 밟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국무부는 보도 이후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 정부에 추가 정보를 공식 요청했으며, 정보 공유를 위해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도 공식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가 사망 사건 발생 나흘째인 이날까지 해당 연구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주요 정보를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국은 사망 사건 직후 행정부 전반에 비상을 걸고 긴급하게 움직였으나, 러시아가 정보 공유를 꺼리면서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러시아가 알린 소량의 정보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가 제기되고 있으며, 당국자들은 크렘린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
나아가 미국 일각에서는 사태가 생물무기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1979년 소련의 한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탄저병이 유행했고, 당시 소련 당국은 원인이 오염된 육류라고 주장했으나 소련 붕괴 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군사적 개발'이 탄저병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고 짚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르쿠츠크주 페스트 연구소는 페스트와 콜레라, 탄저병, 브루셀라 등 여러 감염병을 연구하는데, 러시아는 사망자가 접촉한 페스트 병원체가 변형됐는지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상황도 거론된다.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CNN에 "우리는 실제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한 가지 확신은 러시아가 코로나19 당시 중국처럼 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WSJ는 "러시아가 이번 사건 관련 정보 공유에 소극적인 모습은 코로나19 발생 당시 중국의 불투명성과 유사하지만, 당국은 이번 사례가 코로나19처럼 전염성 강한 대규모 유행을 촉발할 징후는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감염병 관리 당국인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발표에 따르면 이르쿠츠크의 페스트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 연구원 1명이 지난달 29일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지난 2일 숨졌다.
그는 지난달 25일 폐렴형 페스트 병원균이 담긴 시험관을 깨뜨린 뒤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사망자에게서 해당 병원균 관련 미생물이 나오지 않았으며, 따라서 페스트로 인한 사망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는 사망자와 접촉한 사람 중 위험 병원체 검출 사례는 없었으며, 사망자 초기 증상은 일반적인 급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과 유사했다고 밝혔다. WHO는 현재까지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이르쿠츠크주 공중보건 위험도를 '중간~낮음'으로, 러시아 전역은 '낮음'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뒤 이르면 7일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현재도 관련 정보를 전수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6일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상당히 상세하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