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보다 검찰단계 사건 적체 더 심각"
중수청 인프라 미비·檢인력 부족 중첩돼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세 번째 검사가 검토 중이네요. 사건 분류하는 데 에너지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식 출범했지만, 법조계 현장에서는 수사기관의 인프라 미비와 사건 처리 지연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수사권 재편에 따른 기관 간 사건 분류 작업에 행정력이 쏠리면서, 정작 피해자 구제를 위한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A변호사가 대리하는 경제범죄 사건은 2024년 4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현 공소청)에 넘겼으나 2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 사이 담당 검사만 두 차례 교체됐다.
A변호사는 "검사가 60일 내 직접 처리할지, 경찰이나 중수청으로 보낼지 사건 분류에만 전력을 다하느라 정작 최종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형사 사건 처리가 멈추면서 관련 민사 재판까지 줄줄이 중단된 상태"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 복잡해진 금융·대형 경제범죄는 단일 혐의가 아닌 복합 범죄가 많아, 개정된 형사소송법 및 중수청법상 수사 관할(부패·경제·마약 등 6대 범죄 및 5억 원 이상 특경법 적용 여부)을 가려내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
여기에 중수청의 초기 인프라 부실이 중첩됐다. 중수청은 전체 정원 대비 채용률이 약 66% 수준인 상태에서 출범했을 뿐만 아니라,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구축이 완료되지 않았다.
킥스는 사건 접수부터 수사·송치까지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기관 간 사건 정보를 이어주는 통합 전산망으로, 이러한 핵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서 사건 이송 및 영장 청구 과정의 전산 병목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공소청 내부의 인력 수급 불균형과 허리층 이탈도 사법 정체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수사·기소 분리 기조 속에 중견급 검사들의 사직과 휴직, 타 기관 파견이 잇따르면서, 사건 경험이 상대적으로 미숙한 신입 검사 위주로 배치가 늘어났다.
공소청 소속의 한 검사는 "과거에 비해 인력은 줄었는데, 남아있는 검사 1인당 배당된 사건은 대폭 늘어난 실정"이라며 "개편 과정에서 인력 이탈이 심화돼 남은 검사 한 명이 수백 건의 남겨진 기록을 떠안다 보니 기록을 제대로 볼 여력조차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행정력 공백과 사건 처리 연기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고소·고발인과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B변호사는 "법원은 재판 진행이라도 예측이 되지만 수사기관은 언제 끝날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고소·고발인은 구제받지 못하고, 오히려 피고인과 범죄자들에게만 유리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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