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 확대 시행 후 위장수사 114건·9명 구속
법원 허가 신분위장수사도 13건→26건으로 늘어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경찰이 성인 디지털 성범죄까지 위장수사를 확대한 지 1년여 만에 255명을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 등 폐쇄형 대화방을 통한 불법촬영물과 허위영상물 유포가 잇따르자, 법원의 사전 허가를 거쳐 가짜 신분으로 잠입하는 '신분위장수사' 활용도 크게 늘었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위장수사가 시행된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14건의 위장수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255명이 검거됐고 9명이 구속됐다.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는 이른바 'n번방·박사방' 사건 이후 범죄 무대가 폐쇄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도입됐다. 텔레그램 등 폐쇄형 대화방은 가입 전 불법촬영물 공유 등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 신분을 밝힌 상태로는 접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한해 신분비공개·신분위장수사가 처음 허용됐다.
그러나 2024년 텔레그램 기반의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당시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만 위장수사가 가능해 성인 피해 사건에는 폐쇄형 공간에 신분을 감추고 잠입할 법적 근거가 없었고, 이는 곧 수사 공백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도 위장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허위영상물 등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도 2024년 1202건, 지난해 1737건으로 45%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805건이 발생했다. 이에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돼 지난해 6월부터 성인 대상 불법촬영물 촬영·유포, 허위영상물 제작·유포,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등에도 신분비공개·신분위장수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제도 확대 이후 현장 수사력은 온라인 유포 사범 추적에 집중됐다. 전체 114건 중 허위영상물 유포가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촬영물 유포가 45건으로 뒤를 이었다.
수사 방식별로는 신분비공개수사가 줄어든 반면, 법원의 허가를 거치는 '신분위장수사'는 지난해 13건에서 올해 26건으로 두 배 늘었다. 전체 위장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7%에서 48.1%로 높아졌다.
특히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에서 신분위장수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2건에서 올해 13건으로 6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신분비공개수사는 21건에서 9건으로 줄었다.
실제 텔레그램 대화방을 대상으로 신분위장수사가 이뤄져 피의자를 특정한 사례도 있다. 부산경찰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텔레그램에서 신분위장수사를 벌인 뒤 수개월간 추적한 끝에 허위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을 특정해 지난달 구속했다.
시도경찰청별 위장수사 활용 실적은 큰 편차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경기남부경찰청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경찰청 19건, 부산경찰청 14건, 경기북부경찰청 11건 순이었다. 서울경찰청은 5건이었다.
이상식 의원은 "위장수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익명성을 걷어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자, 범행을 시도하려는 자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라며 "전국의 경찰수사관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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