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기반 약화 이유로 지난해 법인세율 1%p↑
5년간 18.5조 기대했는데…올해 전망 35조 상향
내년 법인세 216.7조 전망…반도체 호황 본격 반영
이형일 "현재 세수 지속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세수 결손과 세입 기반 약화를 이유로 법인세율을 올린 정부가 올해 63조원의 초과세수를 예상하면서 세율을 다시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과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세입 여건에 맞춰 법인세율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세수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인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478조6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415조4000억원보다 63조2000억원 많고, 지난해 실적보다 104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법인세가 세수 전망 상향을 주도했다. 올해 법인세 수입은 추경예산 101조3000억보다 35조1000억원 많은 136조4000억원으로 재추계됐다. 전체 초과세수 전망액의 절반 이상이 법인세에서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법인세율을 올릴 당시와 달라진 세입 여건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을 통해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법인세율을 1%포인트(p)씩 올렸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구간은 9%에서 10%로, 2억~200억원 구간은 19%에서 20%로 인상했다. 200억~3000억원 구간은 21%에서 22%로, 3000억원 초과 구간은 24%에서 25%로 높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낮춘 세율을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린 것으로, 환원된 세율은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당시 세수 결손과 세입 기반 약화를 법인세율 인상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경기 둔화로 기업 이익이 줄어든 데다 법인세율 인하도 세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이었던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3년간 세입 기반이 약화됐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입 기반을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산한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는 향후 5년간 18조5000억원이었다.
올해 법인세 수입 전망이 추경 당시보다 늘어난 금액은 35조1000억원으로, 세율 인상을 통해 5년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던 세수보다 규모가 크다.
다만 두 수치는 성격이 다르다. 18조5000억원은 법인세율 인상 자체에 따른 5년간 세수 증가효과인 반면, 35조1000억원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세율 변화 등이 함께 반영된 올해 법인세 전망 상향분이다.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히면서 정부는 국채 발행 규모도 줄이고 있다.
정부는 초과세수를 활용해 이달 국고채 발행 물량을 기존 계획보다 5조원 축소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축소도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개선이 법인세수에 더욱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법인세 수입은 216조7000억원이다. 올해 재추계액보다 80조3000억원, 약 58.9% 많은 규모다.
올해 반도체 기업들의 개선이 시차를 두고 법인세수에 반영되는 점 등이 내년 전망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세입 여건이 크게 달라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법인세율을 다시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세입 기반 악화를 이유로 법인세율을 올렸는데 현재도 같은 판단을 유지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세입 여건이 달라진 만큼 세율을 다시 낮출 생각이 없는지 질의했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법인세율은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수는 세율보다도 기업들의 실적에 크게 좌우된다"며 "법인세율을 낮춰 투자·고용 확대를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성장해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세수 기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세수 증가만을 근거로 법인세율을 다시 낮추는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국감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세입 기반이 확충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인세율 인상 당시 세수 부족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의 법인세율 수준 등도 세율 결정의 판단 근거였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지금 있는 세수가 계속적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 이 부분도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부터 환원된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을 구축하겠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