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부상 유엔총회 연설문 게재 전화번호
"메시지 남기면 누군가 굶지 않을 수 있다"
미국과 채널 단절된 뒤 해킹 된 채로 방치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음성 사서함이 해킹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롱하는 메시지가 녹음돼 있다고 미 CNN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 대표부로 전화를 하면 높은 음색의 동아시아인 억양을 인종차별적으로 흉내 낸 목소리가 나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조롱하며, 김정은에게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메시지를 남기라고 권하고 그러면 어쩌면 “누군가 곧 먹을 것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후 자동 음성이 끼어들면서 전화를 건 사람에게 음성사서함이 가득찼다고 알린다.
CNN은 직접 뉴욕 북한 대표부를 직접 찾아가 음성사서함 메시지를 들려주자 직원이 놀라면서 “이건 우리 전화번호가 아니다”며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부상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뒤 북한 대표부는 해킹된 음성사서함에 연결된 전화번호를 연설문 첫 페이지에 게재했으며 여전히 해킹된 음성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값싼 장난
음성사서함을 누가 해킹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적어도 3년 전에는 해킹되지 않았던 것이 확인된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소장은 2023년 11월 야외 시위에 참석하던 중 북한대표부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이 번호로는 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고 알리는 녹음만 나왔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 대표부의 개인 통화 기록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누가 음성 안내를 변경했는지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해킹으로 음성 사서함 내용을 변조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사이버보안 연구원 마르틴 비고는 많은 사용자가 통신사가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은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밀번호가 전화번호의 마지막 4자리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자동 발신 서비스를 이용하면 4자리 개인식별번호(PIN)의 수천 가지 조합을 빠르게 추측하고 입력할 수도 있다.
비고는 “40달러면 4자리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의 음성사서함에 100%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채널’
유엔 북한 대표부의 전화선은 한때 외교를 위한 핵심 통로 역할을 했다.
북한과 미국은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유엔 대표부는 오랫동안 ‘뉴욕 채널’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와 평양 사이를 연결하는 몇 안 되는 접촉 지점 가운데 하나였다.
미 국무부 전 당국자 조엘 위트는 1994년 북한 핵 프로그램 협상에서 대표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유엔 명부에 따르면 대표부에는 외교관과 보좌관 23명이 상주한다. 위트는 대표부 사무실이 벽에 “지도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소박한 공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모든 대표부 직원은 인근에 거주한다. 미 국무부 규정에 따라 북한 외교관들은 뉴욕시에서 40km 이상 벗어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트는 “오늘날 뉴욕 채널은 사실상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북한에게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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