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아파트 담보로 8억 꿀꺽"…치매 노인 자산 탈취 범죄 늘어나는데

기사등록 2026/10/10 08:00:00

치매 노인 노리는 ‘독버섯’ 사기…154조 '치매머니' 방치에 고령층 재산 비상

488조까지 불어날 치매머니…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행했지만 '걸음마'

[서울=뉴시스]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의 자산을 노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진 출처=유튜브 채널 '채부심 -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캡처)

[서울=뉴시스]허준희 인턴 기자 =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자산 탈취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들의 자산을 보호·관리할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구독자 29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채부심 -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에는 '154조에서 488조로, 초고령 한국이 마주할 자산관리 위기'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게재됐다.

커넥티드그라운드 채상욱 대표는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인 '치매머니'에 대해 "인지 기능 저하 때문에 자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채 대표는 판단 능력이 떨어진 노인의 자산을 노린 사례를 소개했다. 2014년 경기도 화성에서는 고향 친구의 권유로 논 800평을 4500만원에 판 A씨의 매각 대금을 친구가 가로채 잠적했다. 2022년 서울에서는 한 남성이 알츠하이머를 앓던 90대 노인 B씨의 아파트를 담보로 8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자신의 사업에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채 대표는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판단 능력이 떨어진 노인의 동의를 이용해서 정상적인 거래였던 것처럼 움직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금과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빼돌리거나 돌봄을 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쓰고, 신분증을 이용해서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과 예금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등 피해 유형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치매머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채 대표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치매 진단 이력이 있는 고령자는 약 124만명이며, 이 가운데 소득이나 재산을 가진 이들의 자산은 약 154조원에 달한다.

채 대표는 치매머니가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 모은 재산을 가진 평범한 가구도 현재 자산 수준에서 어느 순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치매 진단 이후에도 스스로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기간이 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채 대표는 한국 치매 환자의 진단 후 생존 기간이 약 7.9년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결국 치매 진단을 받고도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 노인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출처=유튜브 채널 '채부심 -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캡처)


치매머니는 치매 진단을 받기 전 위임이나 신탁, 향후 자신을 대신해 판단하고 행동할 사람을 지정하는 임의후견 등을 통해 미리 관리할 수 있다. 사전에 준비하지 못했다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4월 시작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의 이용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채 대표는 그 원인으로 "2024년 기준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 후견인이 240명에 불과하다"며 "국내 치매 환자가 올해 기준 거의 1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공공 후견인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기반이 약한 노인이 치매 판정을 받아 공공 후견인을 구했다고 해도 맡길 수 있는 자산의 상한이 있다"며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들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채 대표는 치매머니 문제가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재 우리나라가 치매머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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