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대규모 전자전으로 급속 전환

기사등록 2026/10/07 09:16:38 최종수정 2026/10/07 11:00:24

푸틴이 '무적'이라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도 요격

미국 등 우선 순위 밀렸으나 최우선 순위로 떠올라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 전자전 부대원들이 전방에서 전자전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 (출처=우크라이나 외교부 페이스북) 2026.1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례 없는 규모의 대규모 전자전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해 초, 러시아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 수도의 주요 정부 시설을 향해 날아왔으나 전파 방해를 받아 드니프로강에 추락했다.

◆킨잘 미사일 위치 페루로 표시되면서 추락

그 시각 키이우의 많은 휴대전화에서 내비게이션 앱을 실행한 사용자들의 위치가 페루로 표시됐다. 우크라이나의 정예 전파 방해 부대 나이트 워치가 남긴 흔적이었다. 이들이 킨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사용한 전파 방해 시스템 이름은 페루의 수도 리마와 이름이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례없는 규모로 통신 신호를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국들이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전자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뒤 서방에서는 전자전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쟁을 지배하게 되면서 양측은 끊임없이 주파수 스펙트럼을 오가며 서로의 신호를 방해하고 이를 피하는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도 갈수록 더 많이 사용한다.

그 결과 전자전이 전장을 재편하고 있다.

◆미, 마두로 체포작전에 전자전 활용

미국은 전자전을 이용해 베네수엘라인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서로 통신할 수 있는 능력을 무력화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이란 전쟁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전파 방해 항공기인 EA-37B 컴퍼스 콜이 처음 투입됐다.

전자전은 기본적으로 적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찾아내거나 교란하고, 또는 적의 간섭으로부터 신호를 숨기는 방식을 활용한다.

또 신호를 강력하게 쏘아 적의 통신을 압도하거나 혼란시키거나 대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크라이나의 나이트 워치 부대는 리마를 이용해 약 193km 범위에 신호를 강력하게 발사하고 드론과 미사일, 유도폭탄을 교란한다고 이 부대의 한 장교가 밝혔다.

이 부대는 드니프로강에 추락한 러시아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혼란시키기 위해 리마를 사용해 공중을 가짜 신호로 가득 채웠다.

‘스푸핑(spoofing)’이라는 이 기술은 적의 장비가 실제 신호와 가짜 신호를 구별하지 못하도록 잘못된 위치나 방향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전자전 기법이다.

나이트 워치는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적이라고 자랑하는 극초음속 킨잘 미사일을 요격하는 최대의 전과를 올렸다.

나이트 워치 장교들에 따르면 리마는 미사일에 가짜 항법 신호를 발사했고, 이로 인해 미사일이 방향을 바꾸면서 극단적인 속도에서 발생하는 자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자전의 위력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전자전으로 드론 90% 요격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 소속 한 장교는 자신의 팀이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에서 탐지된 무선 조종 드론의 70%에서 95%를 전자전으로 제압한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기업 팬텀 디펜스는 지난 1년간 자사의 시스템이 러시아 드론 1만1500대 이상을 탐지했으며, 이 가운데 약 7500대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양의 전자전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업 디셈버1은 최전선용 장비와 장거리 장비를 매달 수천 대씩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24년 판매량은 매달 수십 대에 불과했다.

전자전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과 독일이 항공기 항법 신호를 방해하고 가짜 신호를 보내는 전자전을 벌였다.

냉전 기간 군 통신과 레이더가 더욱 정교해지면서 이를 교란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냉전 이후의 전쟁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기술 수준이 낮은 적들을 상대하면서 전자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자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현대 무기들은 전자전 표적

무기각종 전자 장비가 대거 활용되는 현대의 전쟁에서는 휴대전화와 위성항법시스템, 각종 유도무기와 드론, 무선통신과 레이더 등 전자전 표적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전자전 장비 구매를 늘리면서 서방 방산업체들에게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가 됐다. 선박과 항공기에 연결해 뒤따르는 운송수단의 전자적 특성을 복제하고 미사일과 어뢰를 유인하는 기만체 역할을 하는 장비, 적의 전자 방출을 탐지하는 드론, 적을 혼란시키기 위해 레이더 펄스를 변경하는 장비 등이 주요 장비들이다.

한편 상대방의 전자전 공격을 방어하는 경쟁도 치열하다.

해군 함정은 전파 방해가 불가능한 레이저를 이용해 다른 함정과 통신하는 일이 잦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해 드론과 조종자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양측 모두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드론은 조종사에게 영상을 전송받을 필요 없이 목표물을 포착하고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전자전 방식에는 단점도 있다. 레이저는 날씨가 좋을 때 단거리에서만 작동한다. 광섬유 드론은 속도가 느리고 기동성이 떨어진다. 인공지능은 아직 스스로 장거리 지형을 안정적으로 탐색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2024년 말, 우크라이나의 나이트 워치 부대가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이 ‘제어 수신 패턴 안테나’라고 불리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전파 방해 신호가 발사되는 것을 감지하면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를 피할 수 있게 하는 장비였다.

나이트 워치와 리마를 제조하는 기업 캐스케이드는 3개월 동안 해결책마련에 매달린 끝에 리마 퀀트를 개발했다.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국산 안테나를 극복할 방법을 계산하는 장비다.

그러자 러시아군이 안테나 수를 4개에서 8개, 16개, 32개까지 늘려 업그레이드된 리마 시스템에 대응했다.

이처럼 리마 시스템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망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전자전 장비는 패트리어트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공급도 원활한 상태다.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방해해야 할 주파수를 찾아내는 것은 생사가 걸린 문제다.

호출부호 ‘도브리’를 사용하는 한 아조우 병사는 러시아 드론 한 대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던 일을 회상했다. 자신의 차량에서 쏟아낸 신호 공세를 받은 드론이 추락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부대로 복귀한 뒤 목숨을 구해준 장비를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