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성 “조판 관련 수치 심의 과정서 제대로 반영됐는지 밝혀야”
김종춘 “대통령에 탄원서 낼 예정”…국가유산청 재검증 추진
고려 금속활자로 알려진 ‘증도가자(證道歌字)’의 국가유산 지정 여부가 다시 검토되는 가운데 2017년 보물 지정 부결 과정의 적정성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증도가자 지정을 신청했던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6일 “재검증을 통해 오랜 논란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2017년 심의자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되고 보고됐는지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는 데 사용됐다는 금속활자다. 해당 활자가 실제 증도가 인쇄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제작 시기는 1239년 이전으로 올라간다.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1377년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선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진위와 제작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의 방사성 탄소연대 분석과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연구가 진행됐다. 다만 이들 조사 결과만으로 해당 활자가 실제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다보성갤러리는 2011년 소장 금속활자 101점에 대해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조사와 검증을 거쳐 2017년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에서 지정 안건을 부결했다. 당시 서체와 주조·조판 검증, 출처와 소장 경위 등이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다.
감사원이 2017년 심의 과정에서 주요 조사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문제 등을 지적한 사실이 국감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증도가자 문제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년이 지난 지금 국가유산청이 재검증에 나서면서 당시 부결 판단의 기초가 된 자료와 심의 과정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보성갤러리 측이 제시한 감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지정조사보고서에는 활자본과 번각본 사이 크기 차이가 ‘속명의록’의 경우 0.3~0.5㎝, ‘석보상절’은 0.8㎝라고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수치가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놓고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석보상절의 0.8㎝ 수축 수치가 최종 판단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다보성 측 주장이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조판 과정에서 약 0.45㎝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어 신청 활자를 증도가 인쇄에 사용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비교 대상 인쇄물 자체에서 0.3~0.5㎝ 또는 0.8㎝의 차이가 확인됐다면 이를 반영해 조판 가능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어느 단계에서 자료가 달라졌는지, 누가 작성하고 보고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 분석 결과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다보성 측은 감사 과정에서 통계청 자문에 따라 당시 조판실험 결과를 분석하면 일부 활자의 경우 식자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2017년 당시 ‘신청 활자로 증도가를 인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과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사자료와 대외 발표자료 사이의 표현 차이도 문제로 제기했다.
다보성 측에 따르면 당시 주조 관련 조사자료에는 상하를 분할한 목형으로는 주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후 대외 자료에서는 ‘확인됨’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김 회장은 “‘사료됨’과 ‘확인됨’은 의미가 다르다”며 “표현이 어떤 과정에서 변경됐고 실제 문화재위원들에게 어떤 자료가 전달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검증에 누가 참여하느냐도 쟁점이다. 다보성 측은 현재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 전문위원 가운데 일부가 2017년 증도가자 심사에도 관여했던 인사라며 재검증 과정에서 이들의 참여 여부와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과거 심의의 적정성을 다시 살펴보는 상황에서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인사가 재검증에도 참여한다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증도가자의 진위와 가치는 선입견 없이 과학적·학술적 검증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2017년 심의 과정에 대한 자체감사를 거쳐 증도가자 계열 금속활자를 비교 조사하는 방식으로 재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조사와 과학·인문조사, 지정조사와 종합평가 등을 거쳐 국가유산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다보성갤러리는 증도가자 문제가 오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다룰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대통령에게 증도가자 문제의 공정한 재검증을 요청하는 탄원서도 제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증도가자가 고려 금속활자인지 여부는 객관적인 조사와 검증으로 결론을 내리면 된다”며 “그에 앞서 2017년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부터 투명하게 확인해야 이번 재검증 결과도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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