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가디언 "러 8월 석유수입 31% 韓서 출항…제재 선박으로 환적" 비판

기사등록 2026/10/06 17:59:26 최종수정 2026/10/06 18:58:24

"7~8월 유조선 7척으로 17.6만t 운송"

"3척은 제재 대상…'일본행' 허위 신고"

정부 "韓, 대러 수출통제 엄격 시행 중"

[노보로시스크=AP/뉴시스]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논란으로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가 정유 제품 상당량을 한국에서 수입했다는 서방 언론의 비판성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한국산 연료 러시아로 운송' 제하의 기사에서 "7~8월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연료 17만6000톤이 선적됐고, 유조선 7척이 이를 싣고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14차례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22년 10월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항구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기사 본문과는 무관). 2026.10.06.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논란으로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가 정유 제품 상당량을 한국에서 수입했다는 서방 언론의 비판성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한국산 연료 러시아로 운송' 제하의 기사에서 "7~8월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연료 17만6000톤이 선적됐고, 유조선 7척이 이를 싣고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14차례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이 가운데 3척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선박이었으며, 다른 1척은 한국 영해에서 선박간 환적(ship-to-ship transfer) 방식으로 화물을 실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서방의 제재 대상 선박이 한국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방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재 대상 선박인 라일라(Layla)호가 7월19일과 8월10일 두 차례에 걸쳐 울산항을 출항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이를 통해 경유 5만7000톤이 러시아로 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라일라호는 1차 출항 때는 목적지를 제대로 신고했으나, 2차 출항에서는 일본 니가타행으로 허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제재 선박인 아스토리아(Astoria)호는 8월1일 울산항에서 연료 1만1000톤을 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는데, 역시 목적지는 일본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또다른 제재 선박 총천(Chongchon)호는 8월 초 여수항 인근 정박지에서 다른 선박으로부터 연료 2만6000톤을 넘겨받아 환적한 뒤, 목적지를 싱가포르로 허위 신고한 채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석유 제품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세 강화로 정유 인프라가 대거 파괴되면서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케이플러(Kpler)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러시아 석유 제품 수입은 총 36만8000톤으로 전월 대비 7배를 상회한다.

이 중 한국 수출량은 전체의 31%인 11만2000톤으로, 인도에 이어 2위 수출국에 해당한다고 한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에서 한국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산업용 기계와 전자제품, 차량 등에 대한 수출 통제기 때문에 석유 제품과는 무관하며, 서방의 제재 대상 선박이 한국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것 역시 한국의 불법 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것이 가디언 주장으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한국 항구에서 러시아행 연료 선적이 급증한 시점은 지난 7월이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튀르키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에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짚었다.

매체는 나아가 아이작 레비 CREA 연구원의 "EU 제재 대상 유조선이 한국 항구에서 연료를 싣고 러시아로 운송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며, 이는 제재 체제를 약화시키고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소개했다.

가디언은 한국 외교부가 러시아 연료 운송 관련 질문에 대해 "정부는 대러 수출통제를 전략물자에 국한하지 않고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비전략물자 1402개 품목까지 확대했으며, 이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도 병행하는 균형 전략을 오랫동안 견지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운송은 서방의 대러 압박 과정에서 한국이 약한 고리가 된 것처럼 보일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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