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는 좋아지는데…美성인 73% 트럼프 경제운영 부정평가

기사등록 2026/10/06 11:22:24 최종수정 2026/10/06 12:58:23

성장·고용·소비 견조하지만 소비자신뢰는 12년 만 최저

중간선거 한 달 앞 물가 불만…트럼프 5000달러 수표 공약도 불신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30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0.0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의 성장·고용·소비 지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중간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경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담으로 떠올랐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경제지표는 갈수록 강해지는 반면 경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가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인 만큼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런 딜레마를 인정했다. 해싯 위원장은 CNN 방송에서 “내가 ‘사람들이 틀렸다. 경제는 훌륭하다’고 말하면 무신경해 보이고, 왜 경제가 좋은지를 설명해도 무신경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해싯 위원장은 여론조사보다 소비자들의 실제 행동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 지출과 채무불이행 관련 지표를 거론하며 “행동은 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는 경제가 나쁘다고 답하더라도 실제 소비와 채무불이행 지표를 보면 미국인들의 경제활동이 그만큼 위축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액시오스는 통계로 보면 미국 경제가 비교적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세는 견조하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으며 노동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공공·민간 자료에서는 소비 지출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는 전혀 다르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제심리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미시간대 자료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경제심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액시오스가 인용한 CBS뉴스의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38%가 자신의 재정상태가 ‘상당히 나쁘다’거나 ‘매우 나쁘다’고 답했다.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무엇을 떠올리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91%가 ‘물가’를 꼽았다.

액시오스는 최근 수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던 점이 이런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짚었다. 경제 전체가 성장하고 소비가 늘더라도 가계가 느끼는 형편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AP-NORC의 최신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73%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69%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생활비 대응이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나빴다고 답했다.

액시오스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갈 때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의 최신 경제지표를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경제 형편을 안고 간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경제를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말하려 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공화당이 경제 성과를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액시오스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이른바 ‘부자 삼촌 전략’에 빗댔다. 유권자들에게 큰 금액의 혜택을 약속해 체감경기를 바꾸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체 비용은 약 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상당수 유권자는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모두 20억달러 규모의 메디케어 보험료 환급도 약속했다. 액시오스는 개인별로 따지면 메디케어 보험료 약 2주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경제지표가 유권자들의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에는 이번 호황의 성격도 있다. 액시오스는 인공지능(AI)이 이끄는 투자·자산시장 호황의 혜택이 많은 보통 미국인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액시오스는 미국 경제가 실제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볼 근거는 충분하지만, 유권자들이 그런 경제지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볼 근거는 더 많다고 정리했다.
[뉴욕=AP/뉴시스] 2022년 7월27일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장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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