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中, 시진핑 휴식 위해 백악관 별실 요청"…방미 일정 5시간 비었다

기사등록 2026/10/03 19:34:21 최종수정 2026/10/03 19:44:25

웨스트윙에 전용 대기·휴식실 요청…펑리위안만 동반 허용

실무오찬 빠지고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체류도 10분 그쳐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 계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일정을 끝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쳤다. 2026.09.2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 당시 중국 측이 백악관에 별도 휴식 공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 일정에는 약 5시간 동안 공식 행사가 잡히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방문 일정 협의 과정을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측이 요청한 곳은 정상이나 고위 인사가 행사 사이 잠시 머무는 대기실인 이른바 '홀드룸'이었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만 함께 이용하도록 요청했으며, 시 주석의 최측근인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다른 대표단 인사들도 이용할 수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방미 약 한 달 전에는 중국 측 사전답사팀이 방문 기간 중 하루 전체 일정이 잡혀 있던 9월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실무오찬 계획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중국 측은 미국 측에 시 주석이 더 오래 쉴 수 있는 일정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고, 그 결과 이날 일정에는 약 5시간 동안 공식 행사가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두 정상은 중난하이에서 실무오찬을 했다.

중국 대표단은 시 주석이 워싱턴에 도착한 날 저녁에도 별도 일정을 잡지 않았다. 방문 마지막 날인 9월25일 시 주석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머문 시간도 약 10분으로, 미국 측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짧았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WSJ도 이런 일정 조정이 시 주석의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약 14시간을 비행한 직후 미국에 도착한 만큼 시차가 일부 일정 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80세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도 공식 행사가 없는 시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 측은 이틀 동안 공식 일정이 없는 시간을 따로 배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중 일부 시간에 폭스뉴스 인터뷰를 했다고 WSJ은 미국 정부의 대통령 활동 기록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은 방미 기간 21발의 예포와 미 전투기·B-2 스텔스 폭격기의 축하 비행 등 국빈 의전을 받았다. 그러나 WSJ은 이 같은 화려한 의전과 별개로 중국 측이 시 주석의 걷는 거리와 서 있어야 하는 시간, 휴식 시점을 고려해 일정을 짰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정상 개인을 위해 이처럼 별도 대기실을 요청한 사례는 자신이 경험한 국빈방문에서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와일더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 준비에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요청이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와일더 교수는 두 정상의 실제 회담 시간이 짧았던 점도 주목했다. 백악관 양자회담은 9월24일 정오 무렵 시작해 이른 오후에 끝났고, 시 주석은 이후 백악관을 떠났다가 저녁 국빈만찬 때 돌아왔다. 와일더 교수는 이런 정상회담으로는 "놀랄 만큼 짧다"고 말했다.

WSJ은 일정뿐 아니라 이번 방미 때 공개된 영상 속 시 주석의 움직임도 함께 소개했다. 시 주석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항공기 계단을 내려오면서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다른 손으로 펑 여사의 손을 잡았다.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국립문서기록관리청 계단을 오를 때도 시 주석은 펑 여사와 계속 손을 잡았다. WSJ은 중국 관영매체의 주요 뉴스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빠졌다고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전 공식 행사에서도 펑 여사의 손을 잡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고,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부부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소개해왔다.

WSJ은 이번 방미 직전에도 시 주석이 건강 문제로 일정을 거른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9월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 갈라 만찬에 나오지 않았다. WSJ은 당시 시 주석이 몸이 좋지 않아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 주석의 건강을 둘러싼 추측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2019년 유럽 순방 당시 시 주석이 걷는 모습과 의자 팔걸이를 짚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건강 상태에 관한 관측이 나왔다. 이후 6년 넘게 지난 현재도 시 주석은 중국의 최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WSJ은 이 같은 건강 관련 관측이 단순한 개인적 관심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갖는 이유로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공개적으로 지명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전통적으로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국가 기밀 가운데 하나로 취급돼왔다. WSJ은 최고지도부의 약점이 드러날 경우 당내 권력 경쟁이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국 공산당의 인식이 이런 관행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지도부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공개 활동에서 인지 기능 저하를 보여주는 뚜렷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중국 엘리트 정치를 연구하는 페이민신 클레어몬트매케나대 교수도 신체적 제약과 국정 수행 불능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 교수는 신체적 제약이 있더라도 인지 기능이 유지된다면 중국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명확한 후계 구도가 없는 상황에서 권력 승계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일부 세력이 내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더 강경한 정책을 주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앤드루스 합동기지=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23일(현지 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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