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9%로 꺾였다? 통신비 착시 걷히니 오름세 여전

기사등록 2026/10/03 06:00:00

통신요금 기저효과 종료…석유류·가공식품 오름세 확대

9월 두바이유 113.7달러…정부 전망 전제보다 33.8% 높아

1~9월 누계 이미 2.6%…한은, 10월 물가 3% 내외 예상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사진은 지난 8월23일 서울 시내 음식점 모습. 2026.08.23. photocdj@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유가와 곡물값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정부 전망치인 2.6%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100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데다, 밀·옥수수 가격까지 뛰면서 가공식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부담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월 누계 상승률이 이미 2.6%에 이른 데다, 10월 이후에도 2% 후반대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정부 내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서울=뉴시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라 두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휴대전화 요금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8월(3.1%)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품목별로는 석유류가 14.8% 뛰었고 수산물(4.5%)과 축산물(3.7%)도 올랐지만, 농산물은 4.0% 하락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통신비 '착시' 걷히자 드러난 물가 오름새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9% 상승했다. 8월(3.1%)보다 0.2%포인트 낮아지며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올해 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5월 3.1%로 2년 2개월 만에 3%대에 올라선 뒤, 6월에는 3.2%까지 치솟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7월 2.8%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8월 3.1%로 다시 뛰었다.

8월 반등에는 '기저효과'가 숨어있었다. 지난해 8월 SK텔레콤이 휴대전화 요금을 50% 감면하며 통신비가 일시적으로 낮았고, 그 탓에 올해 8월 상승률이 0.6%포인트(p) 가량 부풀려졌다. 이를 걷어내면 8월 실제 상승률은 2.5%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지난달 2.9%는 물가 오름세가 오히려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데이처터 관계자는 "공식 물가는 3.1%에서 2.9%로 낮아진 것이 맞다"면서도 "8월에는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있었고, 가공식품과 내구재 등의 가격 오름세를 보면 최근 물가 상승 흐름이 꺾였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에서는 가격 상승폭이 더 커졌다.

석유류는 전년보다 14.8% 올라 전월(14.2%)에 이어 두 달 연속 14%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가공식품도 출고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1.5%에서 2.1%로 높아졌다.

농축수산물의 물가 억제 효과도 줄었다. 농산물 가격 하락과 정부 할인지원 등으로 전체 가격은 전년보다 0.3% 낮았지만, 하락폭은 전월(-2.6%)보다 축소됐다

전자제품에서도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컴퓨터 가격은 27.4% 뛰었고, 휴대전화기도 갤럭시·아이폰 등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8.3% 올랐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2026.09.27. kch0523@newsis.com
◆두바이유, 정부 가정보다 33.8% 높아…곡물값도 들썩

향후 물가 흐름의 주요 변수는 국제유가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85달러로 전제하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값은 배럴당 113.7달러로 한 달 새 28% 뛰었다. 정부 가정보다 34%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일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107.20달러로 100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날 브렌트유는 102.3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2.87달러였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뿐 아니라 물류비와 국제항공료, 각종 제품과 서비스의 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로 석유류 가격을 억제하더라도 다른 품목으로 번지는 원가 부담까지 모두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곡물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8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116.3으로 전월보다 2.2% 올라 202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월보다 각각 2.6%, 2.5% 상승했다. 특히 밀 가격은 1년 전보다 15.0% 높았다. 곡물가격 상승은 가공식품과 사료 등의 원가 부담을 키워 국내 먹거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뉴시스] 강종민 기자 = 사진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추석을 앞뒀던 지난달 18일 서울 노원구 도깨비시장을 찾아 성수품 물가·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재경부 제공) 2026.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9월 누계 이미 2.6%…정부도 "전망 넘을 수 있다"

올해 1~9월 누적 상승률은 이미 정부 연간 전망치와 같은 2.6%다. 남은 석 달 동안 2% 후반대 오름세가 이어지면 연간 수치가 전망을 넘어서게 된다.

 정부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날 관련 백브리핑에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연간 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했지만, 전망 자체에 상방 요인이 있다"며 10월 이후에도 상승률이 2% 후반대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이 농축수산물뿐 아니라 서비스와 내구재 등의 원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휘발유 가격은 최고가격제로 통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전망도 비슷하다. 한은은 이달 근원 품목의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상승률을 정부 전망치에 묶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 민생 밀접 품목의 가격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도 점검하고 업계와 소통하며 원가 상승 요인을 살펴볼 계획이다.

농축수산물은 가격을 매일 점검해 급등하는 품목에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거나 할인지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재정경제부. 2026.01.06.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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