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검사 양성…시기·장소 특정 못해 공소기각
별도 필로폰 매매 유죄…징역 2년 6개월 확정
대법 "투약·흡연·섭취 유죄 받아야 '마약류사범'"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투약 시기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면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별도의 필로폰 매매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더라도 마약류를 직접 투약하거나 흡연·섭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면 법에서 정한 이수명령 대상인 '마약류사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50만원 추징을 명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 부분은 직권으로 파기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경남 창원에서 자신의 차량에 탄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50만원을 송금하도록 한 뒤 필로폰 1.4g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수인은 필로폰을 건네받은 직후 예상보다 양이 적다는 이유로 이를 돌려주고 A씨로부터 50만원을 돌려받았다.
1심은 매수인에게 필로폰의 소지가 완전히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매매가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5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같은 해 5월 10일부터 6월 9일 사이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A씨의 모발 감정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오자 이를 토대로 투약 가능 기간을 추정했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범행 장소가 '대한민국 불상지', 투약량과 방법도 각각 '불상량'과 '불상의 방법'으로 기재됐다.
1심은 모발 감정만을 토대로 약 한 달에 이르는 범행 시기를 추정한 데다 장소도 토지관할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 부분 공소를 기각했다.
2심은 투약 혐의에 대한 공소기각 판단은 유지했지만 필로폰 매매는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매수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필로폰을 건네받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었던 만큼 그 순간 소지가 이전됐고, 이후 마음을 바꿔 필로폰을 돌려준 것은 범행이 성립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2심은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5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수명령의 근거가 되는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사범'의 범위에 주목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을 '마약류사범'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선고유예 외의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재범 예방을 위한 교육 수강이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마약류를 매매했다는 것뿐"이라며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행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지 않은 이상 '마약류사범'이 아니므로 이수명령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이수명령을 함께 내린 원심에는 마약류사범의 의미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필로폰 매매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유지해 A씨의 상고를 기각하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 부분만 직권으로 파기했다. 별도의 부수처분을 새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 사건을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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