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확충 놓고 '모금 서약서' 설전…4인 4색 구상 제시
총장선출제도 개선엔 4명 모두 공감…방식은 달라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정유진 수습기자 = 서울대 제29대 총장 예비후보 4인이 정책토론회에서 재정 확충, 지방대 상생, 입시 개편, 총장선출제도 개선 등을 놓고 맞붙었다.
서울대 교수회와 여교수회는 2일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가량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관정관 양두석홀에서 '정책과 리더십을 교수사회가 묻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해천 공과대학 교수, 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 이재영 인문대학 교수, 강준호 사범대학 교수 순서로 모두발언이 이뤄졌고, 이후 질문별로 답변 순서를 돌려가며 토론을 이어갔다.
33년간 서울대에 몸 담은 최 교수는 서울대와 세계, 지방, 단과대 간, 교수·직원·학생 간 연결을 뜻하는 '글로벌 초연결 대학'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는 "기초가 튼튼한 대학, 뭐든지 할 수 있는 대학, 꿈이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총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표를 받으려면 당연히 지킨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총장 되고 나서 그걸 얼마나 지키던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기보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며 공약 이행 성과를 매년 구성원에게 보고하고 평가받는 '책임경영제'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톱10을 구체적 목표로 제시하며 4년 안에 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서울대가 굉장히 희망이 있다는 것은 총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다는 것이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서울대의 가치를 높이는 총장이 되겠다"고 했다.
강 교수는 "총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울대라는 조직이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법인화 취지를 살리지 못한 15년의 '지체된 변화'와 인공지능(AI)·기후위기 등 문명사적 전환기 대응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어진 패널 질의에서 후보들은 서울대의 세계 순위 하락 원인을 두고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최 교수는 "서울대 교수님과 학생들이 너무나 많은 논문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며 "멀리 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총장이 되기 전에는 우아한 약속을 한다. 총장이 되고 나서 안 지켰지 않나, 그러니까 계속 추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계 상위 2% 연구자를 300명대에서 7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고, 강 교수는 "수면 아래 아이스버그에 더 큰 것들이 있다. 그 핵심이 재정과 운영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재정 확충 방안을 두고도 후보자 4명의 접근이 각각 달랐다.
최 교수는 "정부 출연금은 달라고 해서 될 것 같지 않다"며 총장이 직접 교수들의 콘텐츠를 들고 먼저 기업을 찾아가는 '메가프런티어 파트너십'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펀드레이징·정부 협상을 묶은 'EFG'로 단과대학에 재원을 지원하겠다며 "더 이상 본부 중심의 집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정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간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도입과 자산 10조원 조성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지 못한 재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발전기금은 숫자를 제시한다고 모금이 되는 게 아니"라며 'SNU홀딩스'를 통한 수익사업과 채권 발행을 제안했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고 김 교수가 "모금을 하지 못하면 자비로 충당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면 매번 들어올 것"이라며 서약서를 쓸 수 있느냐고 묻자 이 교수는 "쓰겠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저는 2조원을 약속했는데, 2조1000억원이 들어오면 1000억원은 제 돈이 되는 거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서약서를 쓰게 되면 도전적인 약속을 할 수가 없다"며 반대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 최 교수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킬 때 효과가 훨씬 크다"며 수도권-지방 연구자 공동연구 과제 신설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가 이번 9월에야 경남 지역 대학에 교수 1명을 보냈다며 "1년 반 동안 총장은 뭐 했느냐"고 비판하면서 지자체·지방대·서울대 3자 협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는 글로벌 중추, 거점대는 국가 중추로 역할을 나누자고 했다. 강 교수는 "고등교육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선도대학 2곳도 함께 키우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여성 교원 확대와 관련해 최 교수는 제도가 아니라 총장 개인의 의지에 맡겨져 왔기 때문이라며 본부 주요 보직과 핵심 위원회 여성 비율 30% 이상을 목표로 2년마다 평가 받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총장이라며 연 단위 이행 보고를 약속했다. 이 교수는 여교수와 보직자 비율을 25%까지 늘리겠다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문화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채용위원회 성비 명문화를 제시했다.
총장선출제도 개선에는 4명 모두 의지를 밝혔다.
최 교수는 구성원이 10년 이상의 비전을 먼저 세운 뒤 후보를 추천받는 방식을 내놨다. 김 교수는 캠프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처럼 보이지만 먹고 마시는 조직"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개선위원회를 꾸려 두 학기 안에 마치겠다고 했고, 강 교수는 TF를 꾸려 "1년 내에 하지 않으면 후반부에는 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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