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율 39.7%…OECD 국가 중 1위
노령연금 663만명…평균 70만원 남짓 받아
작년 노인 학대 7973건…전년대비 11.2%↑
'노노케어'에 간병 비극까지…돌봄 부담 증가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국가 중 1위로 나타났다. OECD 국가 평균 14.8%와 비교하면 2.7배 높은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에서도 2024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7.7%로 나타났다. 전년(39.8%) 대비 낮아졌지만, 2023년 기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인구 비율로, 노인 10명 중 4명은 중위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노인의 비중도 늘고 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 74.7%로 10년간 16.2%p나 뛰었다. 과거 가족 중심의 사적 부양이 줄어들고 공적 연금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나, 연금 체계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엔 부족한 현실이다.
실제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는 지난 6월 기준 663만명을 넘었지만, 짧은 가입 기간 등으로 인해 평균 수급액은 월 70만원 남짓이다. 여기에 월 35만원 수준의 기초연금을 합산해도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1인 가구 법정 최저생계비(기준 중위소득 60%)인 154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다수 노인이 기본적인 생계마저 위협받는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최근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초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초 저소득층을 더 지원하는 '하후상박' 방향으로 추진해왔으나, 소득 하위 30% 이하에 현행 35만원에서 월 3만원을 더 주는 '차등 지급'의 1년 단기 계획만 있고 수급 대상 기준 등 근본적 손질은 빠져있어 '반쪽' 개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고령자에 대한 자원 배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짧아 평균 수급 연금액이 낮은 편이어서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아직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빈곤층과 저소득층에 집중해 빈곤율을 낮추도록 소득 보충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은 노인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총 7973건으로 전년(7167건) 대비 11.2%나 증가했다. 학대 의심 신고 건수도 2만6578건으로 전년보다 16.8% 늘었다.
노부부만 거주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배우자에 의한 학대 비율이 39.4%(3563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학대의 88.7%(7076건)가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 내'에서 발생했고, 재학대 비율도 전체 학대 사례의 11.1%에 달했다.
특히 가치관 변화에 따른 전통적인 가족 부양 기능이 약화된 가운데 고령의 배우자가 서로를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간병에 지친 끝에 이른바 '간병 살인'이나 '간병 자살'의 비극으로 치닫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인 자살률은 80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52.6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간병 비극과 고독사를 막으려면 장기요양보험이나 통합돌봄 같은 공적 돌봄 체계를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며 "보험료 현실화와 재정 확대를 통해 초고령사회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에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노인의 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노인 빈곤과 자살,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노인의 소득과 돌봄 문제 모두 심각한 상황에서 결국 예산 투입으로 연결된다"며 "정부가 노인 빈곤을 개선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확충과 동시에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통합돌봄 확충 등 시급한 노인 복지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재은 교수도 "노후 빈곤과 노인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필요한 자원을 재배분하고 사회적 돌봄을 강화해야 하는 국가적 책임이 크다"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좀더 근본적인 접근과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yeom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