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9주차 독감 의사환자 1000명당 33명
이른 유행에 유행 균주 예상 미뤄져 생산 지연
의료계 "독감 예방접종 11월 초까지 마쳐야"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면서 백신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백신 생산과 공급이 늦어진 데다 접종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몰리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백신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국가예방접종에 필요한 물량은 확보돼 있으며 이달 초순에는 수급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병·의원에서는 "일주일 후 품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가예방접종(NIP)마저 제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의료계에서는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 데다 환자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백신 공급 지연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은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올해 유행 예상 균주 발표 일정이 미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백신에 포함되는 균주 종류까지 변경되면서 제약회사들이 생산과 공급 일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독감 백신 유행 주기도 예년보다 빨라졌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표본감시 결과 올해 39주차(9월 20~26일)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1000명당 33.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9.0명 대비 약 3.7배에 해당한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8도 이상의 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독감 예방접종은 가능하면 11월 초까지 마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한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데 약 2주가 걸리므로 유행이 일찍 시작된다면 더 서둘러야 한다"며 "시기를 놓쳐 11월 중순이 지났더라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 소아,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감 바이러스는 면역체계가 알아보는 표면 단백질의 모양을 해마다 조금씩 바꾸는 '항원 소변이'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백신이나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이 올해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충분히 막지 못할 수 있다. 예방접종으로 형성된 면역력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진다. 지난해 접종을 마쳤더라도 이번 절기에 맞는 백신을 매년 다시 접종해야 하는 이유다.
독감 백신을 맞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 한 교수는 "백신이 감염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예방접종은 독감에 걸릴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폐렴 등 합병증으로 입원·사망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처럼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4가 백신 대신 3가 백신이 사용되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백신에 포함되는 바이러스 종류가 줄었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낮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가예방접종에 사용되는 3가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반영해 구성된다. 과거 4가 백신에 포함됐던 B형 야마가타 계열은 2020년 3월 이후 자연 유행이 확인되지 않아 백신 구성에서 제외됐다. 유행하지 않는 바이러스 성분을 제외하고 현재 유행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에 맞춰 백신을 구성한 것이다.
실제 백신 효과는 포함된 바이러스의 개수보다 그해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얼마나 잘 일치하는지, 접종자의 나이와 면역 상태, 접종 시기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과거 절기의 4가 백신을 찾기보다 해당 절기에 맞게 구성된 3가 백신을 권장 시기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교수는 "고령자는 일반 성인보다 독감으로 인한 입원이나 합병증 위험이 높고, 나이가 들면서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면역 노화’로 백신에 대한 면역반응도 약해질 수 있다"며 "국내에는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도 도입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면역원성 백신은 특히 고령자에서 고려할 수 있지만, 해당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접종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기보다 연령에 맞는 일반 독감 백신을 제때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개인의 연령·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