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현판 사진 촬영…檢출근길 "기대감 없고 업무 걱정"
민원실 '중수청 가라'… 전산 먹통에 헛걸음 시민도
중수청, 오후까지 20여건 접수…전산망 구축 미비
[서울=뉴시스]권지원 김정현 박선정 홍연우 오정우 기자 = 부패·경제 등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2일 공식 닻을 올렸다.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와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이 출범한 첫날, 서초동과 중구 청사 안팎에는 새로운 조직에 대한 혼선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검사님 아닌 수사관님'…중수청, 고소·고발 20여건
중수청은 이날 총 정원 2874명 중 66.1%인 1900명 규모로 출범했다. 본청에는 250명, 서울중수청에는 750명이 이날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에 마련된 중수청에는 양손에 집기류를 가득 채운 쇼핑백을 든 채 다소 상기된 표정의 수사관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전날까지 검사 신분이었던 이들은 서로를 "검사님"이라 부르다 "수사관님"으로 정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법연수원 기수와 전임 근무지를 물으며 통성명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청 현판식 도중 나사가 풀려 현판이 휘청거리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 전산망 구축 등 내부 여건은 미비한 상황이다. 서울중수청에 출근한 한 수사관은 "컴퓨터도 얼마 없고 와이파이도 설치되지 않았다"며 "옆 부서 배치도도 몰라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수청은 우선 민원·수사·행정 업무에 필요한 필수 사무공간과 업무망·인터넷망을 갖출 계획이다.
중수청 민원실에는 '1호 사건' 상징성을 선점하려는 고소·고발과 기존 경찰·검찰 수사에 불복한 사건들이 잇따르며, 이날 오후 4시 기준 총 26건이 접수됐다.
불송치 결정을 내린 현직 경찰관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시작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을 일반이적 혐의로 고발한 사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상대로 한 고발장이 제출됐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도당위원장 시절 회계부정 의혹 고발장도 수원지방중수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검찰청'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첫날…공소청 출근길 "기대감 없고 업무 걱정"
서울 서초동 공소청 본청 국기게양대에는 검찰기 대신 새로운 '공소청기'가 내걸렸다. 곳곳에서 검찰 명칭이 지워졌다. 기존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에는 '서울광역공소청,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새 현판이 자리 잡았다. 종합민원실 안내판과 표지판도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교체됐다.
바뀐 현관을 촬영하는 발길도 이어졌다. 한 50대 남성은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로 새 현판을 카메라에 담았고, 출근길의 한 20대 후반의 여성 직원은 새 현판을 촬영한 뒤 청사 안으로 향했다.
'공소청'으로 첫 출근한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와 긴장 섞인 반응이 잇따랐다.
현판 사진을 찍던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소속 40대 후반 여성 실무관은 "원래 정기 인사 이동철이 아닌데 조직이 바뀌면서 오늘 부서 이동이 있다"며 "조직이 크게 바뀌니, 걱정이 반이다. 기대감은 전혀 없고 업무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만 앞선다"고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의 한 검사는 "어제 하루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과 검찰내부망(이프로스)이 중단됐는데 작동법이나 부서 명칭들이 다 바뀌었을 거라 살펴봐야 한다"면서 "지금 쌓여있는 사건들을 유예기간 3개월 안에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든다"고 밝혔다.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참담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공소청 본청의 한 간부는 "국가 기관 이름이 바뀌어야 할 만큼 검사가 큰 죄를 저질렀느냐는 의문과 함께 반성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면서 "막상 현판과 검찰기가 바뀌는 상황을 보게 되니 참담하면서도 우울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들 의욕을 내자고 말은 하지만 도저히 그런 기분이 안 든다"며 "패배감, 우울감, 착잡함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이제 검찰 악마화를 멈춰 달라"고 답답해했다.
공소청은 이날 오전 10시 비공개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개청식을 진행했다. 청사 앞에서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을 주도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법개혁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김 의원의 기자회견 소식에 청사 내부에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상갓집에서 춤추는 꼴'이라는 반발도 있었다.
◆공소청 종합민원실 '먹통'…특검 파견검사 유효성 논란도
혼선은 서울중앙지방공소청 1층 종합민원실에서도 이어졌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민원실 측은 과거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던 주요 범죄 고소·고발 건에 대해 "모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접수하라"고 안내했다.
민원 업무 시스템이 '준비 중' 상태로 멈춰 접수가 지연되면서 일부 민원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먹통이었던 시스템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정상화돼 재개했다.
이날 오전 9시 종합민원실을 찾은 한 60대 남성은 "어제도 접수를 못 하고 갔는데 오늘도 전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면서 "직원들도 상황을 몰라 답답하다"며 발길을 돌렸다.
법정에서도 제도 변경에 따른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이정엽) 재판부는 이날 오전 '관저이전 의혹' 1심 속행공판에서 검찰청 폐지 이후 2차 종합특검팀의 파견 검사들의 파견 명령 효력이 유지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을 가장 확실하게 해결하려면 새로 공소청 소속으로 파견 명령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10여 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도 특검 검사들의 공판 관여 자격과 관련해 "법률상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결심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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