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검 합수부 기능 승계했지만 수사·기소 연결 '변수'
"경과조치 90일로는 역부족"…수사 노하우 단절 우려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이은서 인턴기자 =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세조종 사건이었는데, 참고인이 소재불명 상태였다. 검사실 수사관들과 파견 나와 있던 금융감독원, 국세청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수년치 주식매매데이터와 계좌거래내역을 분석한 끝에 시효 도과 전 기소할 수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서 근무했던 A변호사가 전한 당시 수사 현장의 모습이다. 그는 "이런 전문성은 단기간 교육이나 매뉴얼로 전수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사건을 여러 건 다뤄봐야만 쌓이는 종류"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사라졌다. 이에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주요 금융·증권범죄를 수사해 온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합수부)는 이번 개편으로 없어졌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합수부 수사 기능은 서울중수청 금융범죄합동수사과가 넘겨받지만 기존 조직과 인력이 그대로 옮겨가는 방식이 아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 출신 중 중수청행을 택한 경우는 극히 일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10년 넘게 쌓아온 수사 전문성이 조직 개편 과정에서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에서 개편된 서울남부공소청에는 관련 부서가 아예 없어졌다. 기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은 폐지됐고, 현재는 중대범죄기소 1·2·3부만 남았는데 사실상 기존 부서에 대응하는 부서는 아니다.
전에는 남부지검 검사가 금융당국·거래소 파견 인력과 사건 초기부터 증거와 법리를 함께 검토해 왔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중수청 금융범죄합동수사과에는 직접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참여하지 않는다.
수사를 마친 뒤 공소청이 기소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되돌려 보내야 해서 수사와 기소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변호사는 "오랜 기간 축적된 수사 기법과 금융당국(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국세청)과의 촘촘한 협업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이관 과정에서 핵심 인력이 유출되거나 인수인계에 공백이 생기면 대응력이 약화되거나 수사가 지연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사건 하나에 투입되는 시간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4개월씩 걸려 경력 검사들이 기존 수사 경험에 금융수사 전문성을 더해 가며 맡아온 분야"라며 "일반 형사부와는 사건의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부칙에 따라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영장이 청구된 사건은 최대 90일(12월 말까지) 기존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는 경과조치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변호사는 "검사실마다 그런 사건이 한 건만 있는 게 아니다. 갑자기 중요 사건이 터지면 기존 압수수색 사건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90일 안에 처리할 사건과 포기할 사건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완 상태로 넘어간 사건은 중수청이 방대한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해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고, 피의자·참고인의 진술 태도나 맥락 같은 미세한 단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차 교수는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통해 차별화되는 과정인데, 회계 전문가로 팀을 꾸린다고 해서 당장 수사가 원활히 이뤄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90일 경과조치에 대해서도 "검찰에 쌓인 사건이 수백 건에 달하는데 그 안에 마무리하는 건 역부족"이라며 "결과적으로 수사 공백과 노하우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차 교수는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확대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검찰이 독점하던 권력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전문성이 반드시 검사에게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수청이 전문 부서를 두고 금감원·증권거래소 출신 등을 통해 수사 역량을 새로 키워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 역시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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