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한잔에 세금 127원 추가"…호프집의 한숨

기사등록 2026/10/04 14:01:00 최종수정 2026/10/04 14:15:29

내년부터 생맥주 주세경감제 폐지

소상공인 업계 "경영상 부담 커져"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8월 7일 서울 종각역 일대 호프집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10.0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지금도 생맥주는 버리는 양이 더 많아 팔아도 남는 게 없습니다. 내년부터 세금이 오른다니 부담스러운데 그렇다고 생맥주를 팔지 않을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옵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황모(57·여)씨는 "요즘 야장에서 생맥주가 잘 나가도 내년 장사 걱정이 앞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생맥주 주세 경감 제도'가 올해 12월 31일 종료를 앞둔 가운데, 현장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맥주에 대한 주세를 종가세에서 종량세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세 부담을 완화하고자 생맥주에 20% 주세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당초 2년만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주류업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2차례 연장을 거쳐 총 7년간 혜택을 유지했다.

주세 경감 제도가 종료될 경우 내년부터 생맥주 500㎖ 한 잔에 주세 127원이 추가된다. 현재 일반 맥주 주세는 1㎘당 88만5700원, 생맥주는 이보다 20% 낮은 70만8560원인데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생맥주는 1㎘당 17만7140원이 오른다.

재정경제부는 "특례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며 "음식점업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 우대공제율 적용 기한 연장 등 자영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를 두고 소상공인 업계는 원가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씨는 "생맥주는 세팅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체나 청소도 번거롭다. 찾는 손님들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이 팔고 있는 것"이라며 "거품이 많거나 조금만 잘못 따라도 다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호프집을 하는 권모(74·여)씨도 "야장을 펴면 병맥주보다 생맥주 매출이 더 많을 때도 있다. 그런데 생맥주는 마진이 적어 주문이 늘어도 전체 매상이 마이너스가 뜨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세금이 올라도 호프집 구색은 갖춰야 하니까 생맥주는 팔아야 할 것 같은데 지금보다 매출이 더 떨어질까 봐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 분석'에서 "생맥주 주세는 제조사에 부과되지만, 출고가→도매 납품가→음식점 매입가 순으로 전가돼 생맥주 취급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어 "가격 인상이 어려운 영세 음식점·주점은 비용을 직접 흡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20ℓ 케그 한 통을 기준으로 월 30통을 판매하면 원가 부담이 월 약 15만원, 연간 약 180만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맥주는 출고 단계에서 기본 주세 외에도 주세액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추가로 붙는다.

김승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국 차장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주류 판매량도 하락한 상황에서 주세 경감 제도마저 끝나면 생맥주 판매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당연히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현장에서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8ℓ 이상의 용기에 판매되는 맥주에 대한 주세 경감 일몰 기한을 폐지하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지난달 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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