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CN "수천마리 죽거나 다치거나 터전 잃을 수도"…긴급 국제지원 촉구
80일째 비 안 온 지역도…구조 20여마리 중 1마리 숨져, 숲 회복엔 수년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영장류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산불 진화를 위한 긴급 국제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산불로 오랑우탄 수천마리가 죽거나 다치고 서식지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나 펄프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불을 이용해 땅을 개간하는 일이 있어 해마다 산불이 발생한다. 올해는 강한 엘니뇨로 특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파푸아 일부 지역에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칼리만탄은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영토다.
불은 이탄지에도 번졌다. 이탄지는 물이 고인 습지에 식물 잔해가 오랜 기간 쌓여 만들어지지만, 최근 수십 년간 산업형 농업을 위해 광범위하게 물을 빼면서 쉽게 불이 붙는 땅으로 변했다. 이탄에 붙은 불은 땅속에서 계속 타기 때문에 진화도 쉽지 않다.
산불이 남긴 피해는 구조된 오랑우탄들의 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어미 오랑우탄 ‘마마 아부’는 불에 달궈진 땅을 짚고 이동하다 손바닥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 몸에 매달려 있던 생후 8개월 새끼는 탈수 증세를 보였고 몸도 야윈 상태였다.
카르멜레 야노 산체스 Yiari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 구조 지역의 상황에 대해 “80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았고 모든 것이 말라 불탔다”며 “잎도 열매도 없어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구조 작업도 쉽지 않다. 구조대는 나무 위 최대 30m 높이까지 마취총을 쏜 뒤 약 10명이 그물을 펼쳐 떨어지는 오랑우탄을 받아낸다. 몸무게가 약 70㎏에 이르는 수컷 성체도 있다. 어린 새끼를 품은 어미는 마취되면 새끼가 몸에 매달린 채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산체스 CEO는 숲이 완전히 파괴돼 그대로 두면 죽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이런 방식으로 대피시킨다고 설명했다.
오랑우탄만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산불은 IUCN 적색목록에서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긴팔원숭이 5종의 서식지에도 번졌다. 환경단체 지오픽스는 최근 몇 달 동안 수마트라코끼리 서식지 21곳에서 화재 4500건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긴코원숭이와 순다천산갑, 비단뱀과 킹코브라 등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문제는 불길이 잡힌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대규모 산불 뒤에는 나뭇잎과 작은 가지가 평소보다 많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수전 체인 보르네오네이처재단인터내셔널 공동대표는 짙은 연기가 햇빛을 가려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체인 공동대표는 “불이 꺼져도 먹이에는 연쇄적인 영향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낙엽 증가가 건기에 나타나면 오랑우탄의 먹이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우기에 흔한 당분 많은 과일이 줄어드는 건기에는 오랑우탄이 꽃과 잎 등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숲 자체가 회복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에린 보겔 미국 러트거스대 교수는 산불 뒤 나무가 다시 충분한 열매를 맺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분을 돕는 생물이 줄어드는 것도 열매 감소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불탄 이탄지에서는 12년이 지나도 나무 종의 다양성이 이전보다 낮게 유지될 수 있다. 산불이 반복되면 숲이 장기간 훼손된 상태에 머물 위험도 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산불 뒤 발표된 연구에서는 연기가 짙을수록 오랑우탄의 울음 횟수가 줄고 소리의 질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변화는 연기가 사라진 뒤에도 두 달가량 지속됐다. 짙은 연기에 노출된 긴팔원숭이도 짝을 찾거나 집단의 유대를 유지하고 영역을 지키는 데 쓰는 노래를 덜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IUCN은 당장의 진화와 구조를 위한 기술·재정 지원뿐 아니라 이탄지를 다시 물에 잠기게 하고 산림 파괴를 줄이며, 불탄 숲이 농장으로 바뀌지 않고 복원되도록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된 마마 아부와 새끼도 현재 격리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구조팀은 먹이가 충분하고 다른 오랑우탄과 영역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낮은 안전한 숲을 찾아 두 마리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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